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영화세상 / 도시란 정글 속 삶, "콜래트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영화세상 / 도시란 정글 속 삶, "콜래트럴"

입력
2004.10.07 00:00
0 0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치 앞을 못 보면서도 몇 년 뒤를 걱정하고 준비한다. 이들이 꽉 짜인 일상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큰 이유는 안락한 미래를 염두에 두기 때문.그러나 일부 소수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허비하기보다는 순간을 위해 살아간다. ‘콜래트럴(Collateral)’은 택시와 로스엔젤레스의 밤거리를 무대로 ‘평행선’ 같은 이들 두 가지 삶의 충돌을 보여주는 영화다.

매력적인 여자 검사가 승객이 될 수도 있고, 뒤이어 살인 청부업자가 탈 수도 있는 택시가 삶의 터전인 맥스(제이미 폭스)는 리무진 렌탈업 사장이라는 이루기 힘든 꿈에 기대어 12년째 묵묵히 운전대를 잡고 있다.

어느 날 밤 말쑥한 옷차림의 승객 빈센트(톰 크루즈)가 다섯 군데 볼 일이있어 하룻밤 택시를 전세 내겠다고 제의하면서 쳇바퀴 같지만 안정적이었던 맥스의 일상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빈센트의 볼 일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 “누가 죽어도 우주에는 변화가 없으니, 시간의 흐름에 자신을 던지고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 살아가라”며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나 둘 자신의 업무를 완수해간다. 마치 재즈의 즉흥연주처럼 그는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고객이 작곡한 악보에맞춰 죽음의 선율을 들려준다.

살인여정에 강제로 동행하게 된 맥스는 빈센트의 냉소적인 궤변과 행동에 분노의 수위를 높여가다가 총을 들게 되고, 결국 둘이 부딪히면서 둘의 삶의 방식을 가르던 경계선은 모호해진다.

‘히트’(1996년)에서 대도시의 범죄를 미학적으로 탁월하게 담아냈던 마이클 만 감독은 도시를 배회하는 늑대와 같이 문명 뒤편에 숨겨진 야성을 디지털 영상으로 차갑지만 매끄럽게 그려낸다.

생애 처음 악역에 도전한 톰 크루즈는 회색빛 머리와 수염으로 냉랭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한껏 내뿜는다. 그러나 빈센트가 교통사고가 난 이후에도 사이보그처럼 꿋꿋하게 임무를 수행하려는 모습은 설득력이 약하고, 여자 검사와 두 남자간의 관계설정이 너무 작위적이다. 소심하고 나약한맥스가 갑작스레 액션영웅으로 돌변하는 것도 눈에 거슬린다.

미국에서는 지난 8월 6일 개봉해 2,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콜린 파렐과 에드워드 노튼이 빈센트 역 출연을 제의 받았으며, 아담 샌들러가 맥스 역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는 후문. 톰 크루즈와 제이미 폭스 대신이들의 대입하면서 영화를 봐도 재미있을 듯하다. 15일 개봉. 15세관람가.

/라제기기자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