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휴대용 위성 TV인 위성 DMB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다? 당연이 가능할 듯 싶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SK텔레콤과 공동으로 위성 '한별'을 발사한 일본의 MBCo사는 4일 위성DMB 개국식을 가졌으며 20일부터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연히 지상파 재전송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사업에 근거가 되는 관련 법규인 방송법 시행령이 9월 17일 공포되었지만, 방송위원회가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 허용을 놓고 채널정책을 결정하지 못하다가 5일 '당분간 지상파 재전송 불허'로 결정했기 때문이다.이런 결정의 배경은 위성DMB 희망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자회사 TU미디어는 산업논리를 들어 지상파 재전송의 불가피성을 주장해 왔지만,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지역방송협의회가 "지상파 재전송은 방송질서의 근간이 되는 권역별 방송체계를 뿌리 채 뒤흔드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실상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지상파 DMB 출범 이후로 미룬 방송위의 결정은 '책임회피' 내지는 '미봉책'에 불과한 셈이다.
◆지상파 재전송 논란=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뉴미디어인 위성 DMB를 통해 방송에 진출하게 되면서 방송업계의 위기감이 증폭됐다. KBS, MBC,SBS의 경우 통신의 방송진출이 본격화 될 경우 그동안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잃을 가능성이 있고, 광고 수주에서도 위성 DMB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당초 '뉴미디어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창출'을 명분으로 내세워 사업에 뛰어든 TU 미디어가 방송위에 지상파 재전송을 요구하면서 논란은 한층 커졌다. 위성 DMB를 통해 KBS, MBC, SBS 등 중앙 지상파 방송 수신이 가능해지면 지역방송이 고사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지역방송협의회 등이 "TU 미디어가 애초 목적은 온데 간데 없이 지상파 재전송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쉽게 지상파 재전송을 허용해줄 수 없는 이유다.
TU미디어에 5%씩 지분참여를 하면서 재전송에 찬성하는 듯 보였던 MBC와 SBS도 노조와 지역민방의 반발이 거세지자 5일 "방송위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여기에 지상파 DMB에 주력해온 KBS도 위성 DMB에 지상파 재전송이 이뤄질 경우, 후발주자인 지상파 DMB가 경쟁력을 상실할 것을 우려해 재전송을 반대하고 있다.
◆TU 미디어의 반격=그러나 TU 미디어는 지상파의 프로그램이 사실상 방송 콘텐츠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들어 지상파 재전송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위성 DMB 사업전체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성 DMB를 통해 지상파를 시청할 수 없을 경우 가입자 유치가 쉽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얘기. 현재 TU미디어 측은 "올해에만 지상의 방송센터 구축, 지상중계기(갭필러) 설치 등에 총 2271억원을 투자해야 해야 하지만 은행들이 지상파 재전송 없이는 신규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위 입장과 향후 전망=방송위원회는 지난 6월30일 공청회에서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7월26일 발표한 '방송채널 정책 운용방안'에서도 지상파를 재송신 할 경우 해당 지상파 방송사의 권역 내에서만 수신되도록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TU미디어의 사업 현실성에 대한 잇단 문제제기와 언론학자들의 지적에 따라 5일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지상파 DMB 출범 이후로 미루는 방법을 택했다.
이는 지상파 DMB 출범과 더불어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허용함으로써 최소한 두 매체 사이의 형평을 맞추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에 위성DMB와 지상파 DMB의 대결구도만 한층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문제는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 불허가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방송위의 첫 정책 결정이라는 점이다. 방송사업자들이 공익재인 전파를 사용하면서 수많은 법적 재제를 받아왔는데 '산업논리'를 앞세운 통신업체가 방송에 진출하면서 지금처럼 각종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구할 경우, 방송위는 이번과 같은 딜레마에 또 다시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DMB 사업 추진 배경=DMB는 이동수신에 결함이 문제로 지적된 미국식 DTV를 보완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도입된 서비스로 전파를 송출하는 방식에 따라 지상파 DMB와 위성 DMB로 나뉜다. 논의 초기에는 지상파 방송사가 주축이 된 지상파 DMB 서비스 도입이 유력시 됐다. 그러나 SK텔레콤이 3월 13일 일본 MBCo사와 공동으로 위성을 발사하며 위성 DMB를 추진함으로써 DMB 서비스는 방송사가 주축이 된 지상파 DMB와 TU미디어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위성 DMB가 동시에 추진되기에 이른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 DMB-단말기 있으면 이동중 방송시청
라디오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목적으로 개발된 방송방식으로 기술발전에 따라 이동하면서도 고품질의 음성(라디오)뿐 아니라 영상서비스(TV)까지 즐길 수 있는 멀티미디어. 일반 TV처럼 송신소에서 쏜 전파를 잡아 시청하는 지상파 DMB와 위성을 통해 전파를 뿌려주는 위성 DMB로 나뉜다. 지상파 DMB는 무료로, 위성 DMB는 유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DMB 방송 시청은 전용 단말기나 수신 기능을 갖춘 휴대폰으로 할 수 있으며, PC와 자동차 등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 수신기 형태도 가능하다.
■ 업계 반응/"뭘 방송하라고…" 서비스준비 TU미디어측 "최악경우 사업포기 고려"
방송위원회가 6일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의 공중파 TV방송(지상파) 재송신을 불허키로 결정함에 따라 SK텔레콤이 4년간 3,000억원을 들여 추진해온 위성DMB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SK텔레콤 자회사로 위성DMB 사업을 총괄해온 TU미디어는 충격에 빠졌다. TU미디어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스럽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 후속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TU미디어는 최악의 경우 위성DMB 사업 포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MBC·SBS 등 공중파 TV의 콘텐츠가 빠지면 위성DMB를 통해 당장 방송할 내용이 없다는 현실적 한계 때문이다. 현재 공중파 TV의 콘텐츠는 전체 방송 시장의 60%에 이르는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위성DMB 11개 영상 채널 중 4개가 지상파 재전송에 할당돼 있다. 방송위는 이러한 반응을 우려해 "차후 지상파DMB 사업자 허가 과정에서 위성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TU미디어 관계자는 "최소한 '유보'라면 모를까, '불허'라고 딱 잘라놓고 나중에 재검토하겠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고개를 내저었다.
일각에서는 방송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통사들의 휴대폰 동영상 서비스(SK텔레콤 '준'과 KTF의 '핌')가 전국에 공중파 TV를 재전송하고 있는 마당에, 지역방송사업자 보호를 명분으로 위성DMB만 소외시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방송사들의 지상파DMB 사업 뿐"이라며 "이번 결정은 방송위의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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