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나 역시 책상 앞에 앉아 전화를 받을 때가 많다.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친구의 전화이기도 하고, 또 이런저런 지면의 원고 청탁전화이거나 강연초청 전화일 때가 많다.그때마다 무얼 부지런히 받아쓴다. 메모는 내게 어떤 습관처럼 길들여져 있는 듯하다. 그런데 따로 메모지를 정해두고 메모를 하는 게 아니라 전화를 받을 당시 책상 위에 있는 아무 종이에나 받아쓰기 때문에, 또 그 그걸 잘 보관하지 않고 그냥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두기 때문에, 다음 번 책상정리 때 다른 폐휴지들과 함께 휴지통으로 들어갈 때가 많다.
상대가 불러주는 전화번호는 열심히 받아쓰면서, 정작 그 전화가 어디에서 걸려온 것인지를 적어두지를 않아 그냥 전화번화만 달랑 적힌 메모지 여러장이 책상 위거나 서랍 속에서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다음엔 꼭 전화번호와 함께 사람 이름도 적어야지, 하지만 언제나 그때 뿐 다음번 전화역시 습관처럼 번호만 받아 적는다.
그래서 어제, 전화를 할 때 바라보게 되는 책상 유리판 아래에 나만 알아볼 이런 메모를 끼워두었다. ‘이제 이름도 쓰자.’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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