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7일)를 앞둔 10월 둘째 주 초반 채권시장의 행동지침은 오직 하나였다. 무조건 사자. 채권 값은 폭등했고, 5일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하루짜리 콜금리보다 0.1%포인트 이상 낮게 거래되기도 했다.시장은 콜금리 인하를 확신하는 듯 했다(금리하락=채권가격상승이므로 채권을 미리 사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아무리 금리인하가 확실해보여도 이렇게까지 '풀 베팅'을 하기란 쉽지 않는 일. 시장 참여자들의 행태를 보면 마치 '한은이 과연 콜금리를 낮추지 않고 배기겠느냐'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한은으로선 곤혹스러울 것이다. 7일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낮춘다면 '시장에 끌려 다닌다'는 비아냥을 듣게 될 것이고, 금리를 동결한다면 '본 떼를 보이려고 오기를 부렸다'는 불평을 사게 될 것이 뻔하다. 이래저래 스타일을 구길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런 고약한 상황은 한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금리를 내린다 안 내린다 한 마디 말 한적도 없는데, 그 화살을 왜 중앙은행이 받아야 하는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예측가능성도 없고 석연치도 않은 8월의 금리인하와 9월의 금리동결은 이제 한은이 무슨 결정을 내려도 납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말았다.
한 시장관계자는 금리인하에 '올 인'한 이유를 "정부의 경기부양의지"라고 밝혔다. 한은이 침묵하고 시장친화성 없는 행태를 보이는 동안 정부(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거침없이 '저금리 필요성'을 역설했고, 시장은 그 말에 베팅했다. 콜금리 결정권을 쥔 한은 보다, 정부의 말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정부의 가벼움도, 시장의 얄팍함도 아닌 한은 자신의 탓임을 알아야 한다.
이성철 경제부 기자sc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