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만 보아온 주한미군들에게 한국의 진짜 모습을 알려주고 싶습니다.”주한미군 장병들을 ‘수학여행’ 보내주는 기업인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생명과학기업 STC의 이계호(45) 회장. 주한미군 사령부가 한국 내 각 기지에서 선발한 우수 장병 200명은 이 회장과 STC가 마련한 여행경비 1억원으로 9일부터 2박3일 동안 한국민속촌, 경주유적지, 울산 현대중공업단지,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의 최후 보루였던 대구 다부동 전적지 등을 둘러보게 된다. 민속촌을 견학하는 9일은 이 회장이 직접 이들을 인솔할 예정이다.
그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주한미군 상당수가 왜곡된 한국의 모습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미군 사병들은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기지촌과 그 주변에서 보냅니다. 그러니 1년 동안 한국에 있어도 우리나라를 잘 모르고 인식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미국에 돌아간 후에는 한국에 대해 뭐라고 말할까요. 그들에게 대한민국 5,000년의 역사와 역동적인 현재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지난 8월 퇴임 직전이었던 토마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이런 뜻을 전하자 대사는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허바드 전 대사는 즉시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에 협조를 구했고 한미연합사가 일을 추진, 프로그램이 성사됐다.
이 회장이 이번 행사를 통해 또 한 가지 바라는 것은 미국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요즘 미국에 대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미군이 안 좋은 영향도 끼쳤지만 좋은 일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전쟁 때도 5만명이 넘는 미군이 전사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여행의 마지막 날인 11일 서울 JW 메리어트호텔에서 한국군 장성과 여행에 참가했던 미군 장병, 주한미군 수뇌부 등을 초청해 한미 우호를 다지는 저녁 만찬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첫 행사가 도움이 된다면 앞으로 매년 열 생각 입니다. 기간도 더 늘려 한국의 좋은 곳을 많이 보여주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미국과 일본에서 의학과 생명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89년 STC를 설립해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홍석우 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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