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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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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즐거울 때도 있지만 일정이 빡빡하다 보면 고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번 여행이 그랬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을, 한꺼번에 세 군데를 둘러봤기 때문입니다.자연유산은 문화유산과 달리 그 수가 많지 않습니다. 현재 유네스코에 등록된 세계자연유산은 154건으로 문화유산 611건의 4분의 1정도에 불과합니다.

넓은 땅에 유구한 문화를 가진 중국에서도 자연유산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중국내 29개의 세계유산(world heritage) 중 21개가 문화유산, 4개가 문화ㆍ자연 복합유산이며, 4개만이 순수자연유산으로 분류됩니다.

이번 여행에서 보았던 주자이거우, 황룽, 장자제 등 3곳은 1992년 나란히 자연유산으로 등록됐습니다. 여행기자의 입장에서 당연히 욕심을 낼 만한 일정이었습니다.

덕분에(?) 참으로 힘겨운 일정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장자제에서는 사흘동안 돌아야 할 코스를 이틀만에 끝냈습니다. 그렇다고 대충 훑어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시는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절경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취재내내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장자제에서 주자이거우로 이동할 때는 직항편이 없어 밤늦게 청두로 간 뒤2시간 가량 눈을 붙이고 다시 비행기를 타는 강행군을 감내했습니다. 일반 관광객에게 이런 일정을 강요했다가는 곧바로 항의를 받았겠지만 말입니다.

마지막 일정인 황룽에서는 드디어 탈이 났습니다. 황룽의 하이라이트인 우차이즈에 섰습니다. 해발 3,700m가 넘는 고지대였지만 693개의 계단식 논마다 담겨있는 형형색색의 물색깔을 보는 순간 무리하게 움직이지 말라는 가이드의 충고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옵니다. 고산병증세가 나타난 겁니다. 물론 청두로 돌아오자 마자 두통은 깨끗이 사라지더군요.

힘든 여행 끝에 얻은 사진들이 들여다보니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생각 만큼 사진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구상에 남아있는 최후의 비경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이 스스로도 대견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뿌듯한 것은 그 절경들을 가슴속에 한가득 품고 왔다는 것입니다. 팍팍한 세상에 너무 배부른 소리인가요.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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