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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새 풍속도] <2> 의원 식사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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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새 풍속도] <2> 의원 식사문화

입력
200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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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신청사 10층의 구내식당에서 국정감사를 나온 의원들이 한데 모여 밥을 먹고 있었다. 의원들을 수행하고 온 보좌관들도 한 켠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한 보좌관이 "한정식, 갈비, 회 순으로 돌아가던 식단에 저녁 폭탄주 술자리는 옛말이 됐다"고 푸념 섞어 말했다. 그러자 다른 보좌관은 "저녁 거나하게 먹으면 피감 기관에서 잡아주는 방에서 고스톱도 참 많이 쳤는데"라며 입맛을 다셨다. 또 다른 보좌관이 거들었다. "지방 내려가면 그 지역에서 제일 좋은 식당들을 찾아 산해진미만 골라 먹었는데…."피감 기관측이 감사 나온 의원들과 보좌진을 융숭하게 접대하던 식사 풍경이 17대 국정감사 들어선 '옛날 이야기'가 되고 있다. '융숭한 식사 대접'이 구태의 전형으로 인식되면서 피감 기관이 접대하려 해도 의원들이 먼저 손사래를 치고 나서는 판이다. 안팎으로 따가운 감시의 눈길 때문에라도 "구내식당 밥이 편하다" 는 게 의원들의 얘기다. 피감 기관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더라도 돈을 갹출해 식비를 내놓기도 한다. 식사도 이 정도이고 보니 국감 하면 으레 연상되던, 술자리를 겸한 뒤풀이 향응도 이제 국감장 주변에선 거의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국회 문광위 소속 여야의원들은 피감 기관의 식사 접대를 받지 않기로 아예 국감 시작전에 여야 간사간에 합의했다. 4일 문광부 감사 때는 여야 의원들이 정동채 장관과 함께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식사 뒤에는 이미경 위원장이 장관에게 "의원들의 식비"라며 봉투를 내놓았다. 저녁식사는 의원 개개인이 알아서 해결하고 국감장에 다시 모였다. 이 위원장은 인근 식당에서 보좌관과 함께 동태찌개로 저녁을 먹었다. 밤 10시 국감이 끝나기 무섭게 의원들은 다음날 국감을 준비하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며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첫날인데 뒷풀이 안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감 하기도 피곤한데 무슨 뒷풀이냐"는 의원들의 답변이 돌아왔다.

행자위도 국감기간 동안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키로 했다. 구내식당 식권을 사야 할 경우 위원장이 지불하기로 했다고 한다. 김무성 위원장이 "국감준비에 과도한 비용을 쓰지 말라"고 미리 피감기관에 서신까지 보냈던 재경위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5일 국세청 국감에서 점심시간을 위해 정회가 선언되자 의원들은 약속한 듯 총총히 15층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국방위의 박찬석(열린우리당) 의원은 "의원들끼리 10만원씩 돈을 내서 국감 기간 식사를 해결하자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며 "의원생활을 오래 한 사람들에게 들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식사 문화였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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