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복고풍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복고풍

입력
2004.10.06 00:00
0 0

복고풍 과자들이 진열대를 장악하고 있다. 먹거리가 귀했던 30~40년 전에 유행했던 과자들이 같은 이름에 새 단장을 하고 등장, 중년들의 추억을 자극하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복고풍 과자와 자연스럽게 친숙해진다.각종 디지털기기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보드방’ 역시 80년대 유행했던 ‘블루마블’이라는 보드게임을 하는 곳이다. 인터넷에도 옛 추억을 떠올리는 사이트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밖에도 복고바람은 음악과 패션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 과거로 돌아가는 유행을 ‘레트로’(retro)라고 한다. 회고라는 뜻의 영어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접두어 retro가 ‘거꾸로’라는 의미를 지닌 데서 따온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전문가들은 복고바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것이지만, 생존경쟁이 치열하고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인간적이었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경향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디지털시대가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자연스런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든 복고풍은 흘러간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느슨한 여유,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인정을 느끼게 한다.

■ 김치나 된장 고추장 맛을 모르고 자란 이민2세가 성년이 되어 어쩌다 한국의 전통음식을 맛보곤 식습관이 확 달라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릴 땐 냄새조차 맡기 싫어하던 아이가 모국을 방문해 같은 또래들과 어울려 한국음식을 접하곤 애호가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복고풍과는 다르지만, 유전인자 속에 숨어있던 미각이 외부 자극으로 깨어나 조상들이 즐기던 맛을 알게 되는 현상이 아닐까.

■유전인자는 누대의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수천 수백년에 걸친 생활과 사고의 관습이 축적되어 형성된 유전인자는 지금의 나를 통해 극미량의 변형이나 추가를 거쳐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미각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가 없다. 과자나 음식의 복고바람 역시 유전인자의 깨어남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 아닌가 여겨지는 까닭이다. 외환위기로 어려움에 빠졌던 해태제과가 복고풍 과자의 인기로 재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과거라고 모두 단절의 대상만이 아님을 말해준다.

방민준 논설위원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