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나의 시대가 가고 휘트먼의 시대가 오려는 것일까?인터넷 경매업체 이베이의 멕 휘트먼(47) 사장이 여성 CEO의 상징으로 군림해 온 칼리 피오리나(50) 휴렛 패커드(HP) 회장을 꺾고 경제 전문지 포천이 5일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기업가 50인(50 Most Powerful Women)’ 1위에 올랐다. 이 잡지가 재계의 여성파워를 평가하기 시작한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정상을 비켜온 피오리나의 신화가 7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포천은 휘트먼의 손을 들어 준 이유를 이베이를 세계 최대의 온라인 마켓으로 성장시키면서 가장 가치 있는 인터넷 브랜드로 키우는 동시에 가장 빨리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이는 올2ㆍ4분기 순익이 시장예상치의 배나 되는 고속성장을 이뤘다.
반면 피오리나가 이끄는 HP는 전문가들의 실적전망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피오리나는 컴팩 인수 여파와 대규모 재고 등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피오리나가 도전과 승부근성으로 똘똘 뭉친 냉철한 지성미의 전형이라면 휘트먼은 생김새처럼 수수하고 인간미 넘치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피오리나가 전속 스타일리스트를 두고 패션과 화장을 중시하는 반면 휘트먼은 면 티셔츠와 바지를 즐겨 입을 만큼 소탈하다.
대부분 어린이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을 많이 거친 탓인지 양육에 관심이 많고 자상한 아줌마 스타일이다. 대학시절에는 수영선수로도 뛴 스포츠광.
그는 자신감과 인내심, 부지런함, 행운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자평한다.
뉴욕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 경제학과와 하버드대 MBA를 거쳐 79년
P&G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업계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한 직장에 머물러 있는 삶을 거부했다. 진취적인데다 매번 스카우트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베이는 7번째 직장.
98년 사장 취임 4달 만에 이베이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놀라운 실적은 월트디즈니와 FTD, 하스브로 등에서 쌓은 경험이 토대가 됐다. 직원 방과 별 차이 없는 간소한 사장실,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조직문화도 그가 바꿔놓은 것이다.
그는 특히 실수에서 배운다.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히 전략을 수정하는 것이다. 재작년 전통공예 전문 경매회사를 인수했다가 바로 다시 팔아버렸다. 실수임을 인정하고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는 얼마 전 CRN과 인터뷰에서 CEO가 하는 일을 9년 전 큰아들한테 배운 플라이낚시와 같다고 비교한 바 있다. “미끼가 잘못됐거나 위치선정을 잘못하면 고기가 안 물지요.
이베이가 뭘 잘못하면 고객도 와글와글합니다. 사이트에 조금만 변화를 주면 5분 안에 승패가 판가름 납니다. 아니면 ‘니들 뭐하냐?’는 항의 메일1만 통이 순식간에 쏟아져 들어오지요.” 그래서 이베이는 결산을 3개월에 한 번씩 분기별로 해서 대개선을 한다.
포천은 업체의 규모와 중요성, 사내 영향력, 승진 속도, 사회ㆍ문화적 영향력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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