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 아시아 국가들이 겪었던 위기의 원인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할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세계적인 ‘생산설비 과잉론’이었다.즉, 비교적 천연자원과 식량이 풍부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경제발전이 미덕이라는 자본주의 철학과 더불어 미국,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 기술과 외자로 과도하게 제조업 생산설비를 확장한 결과였다는 해석이다.
2차대전 후 제조업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미국은 일본, 한국 등 후발국의 추월로 80년대에 어려움을 겪은 후, IT분야 등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을 구축해 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은 물질특허, 지적재산권 등의 새로운 교역질서의 개념을 만들게 된다. 지식을 나누는 것을 산업화하고 거래질서로 확립해 버린 것이다.
이는 제조업이 후발국으로 이전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하고서는, 저임금을 바탕으로 후발국들이 도전해 오더라도 자국경제가 유지될 수 있는 산업모델을 디자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이 제조업에서 IT산업으로 전환을 했던 이유처럼 지금 선진국이나 선도 다국적 기업들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산업으로 구조변환을 해가는 추세를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왜 우리가 소프트웨어산업에 미래를걸고 도전해야 하는지 명백해진다.
ARM이나 Intel이 점점 칩을 제작하는 것보다 지적재산권을 파는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 이러한 수많은 사례 중 하나다.
이제 비로소 다른 나라보다 앞선 정보통신 인프라를 가지게 된 우리가 공개소프트웨어를 선택하는 것도 원천기술과 핵심역량 확보를 위한 피할 수없는 길이라는 것에 보다 넓은 공감대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고현진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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