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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쓰촨성 주자이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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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쓰촨성 주자이거우

입력
2004.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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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사람들은 이상향을 꿈꾼다. 고단한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삼아 안빈낙도하며 사는 삶이다. 사람에 따라 꿈꾸는 이상향이 다양하겠지만 자연환경으로만 따지자면 중국 쓰촨성(四川省) 주자이거우(九寨溝ㆍ구채구)는 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곳에 가장 가까운 곳이다.동화속에서나 존재할 것 같은 파스텔톤 색채의 세계, 인간의 손길보다 더욱 정교하고 아름답게 조성된 호수, 숲, 폭포. 그 속에 담긴 물은 열대지방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크리스탈블루 빛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산 덩어리 전체를 그대로 담는 투명한 호수에 어리는 단풍그림자는 자연이 빚어낸 한 폭의 수채화다.

중국인들조차 존재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이 곳을 벌목공이 우연히 발견한 것은 불과 30년 전이고, 관광지로 개발된 것도 10년 남짓 됐다. 쓰촨성의 수도 청두(成都)에서 12시간 이상 버스로 이동해야 할 정도로 험난한 코스지만 지난해 9월 이 곳에 공항이 생기면서 중국인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관광지가 됐다.

주자이거우는 쓰촨성 북부 민산산맥에 자리잡은 Y자형 계곡이다. 계곡을 따라 아홉개의 장족마을이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여행의 시작은 Y자 계곡 맨 아래다. 여기서 갈림길까지가 수정거우(樹正溝)이다. 왼쪽은 저자와거우(則渣窪溝), 오른쪽은 르저거우(日則溝)이다. 계곡을 따라 관광객에게 개방돼있는 코스만 55㎞에 달한다.

입구에서 셔틀버스를 이용, 본격 여행에 나선다. 길 왼편으로 수정거우의 절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단풍나무가 불이 붙는다는 훠화하이(火花海), 용 한마리가 누워있는 형상을 한 워룽하이(臥龍海), 수정췬하이(樹正群海) 등19개의 호수마다 가득 담긴 물 색깔이 압권이다.

푸른색 물감을 뿌려놓았다는 표현이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더 적확한 표현을 찾을 방법이 없다. 길을 따라 20㎞ 가량 오르니 Y자형 계곡 분기점 옆에 거대한 폭포가 서있다. 누어르랑(諾日朗)폭포이다. 티베트어로 ‘웅장한 장관’이라는 뜻을 가졌다. 길이 350m, 폭 35m로,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규모도 규모거니와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누어르랑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저자와거우 꼭대기에 계곡 안 108개의 호수 중에서 가장 큰 창하이(長海)가 자리잡고 있다. 해발 3,102m. 만년설이녹아 내린 물을 가득 담은 곳이다. 호수마다 바다라는 명칭을 붙인 걸 보니, 이상향에 사는 그들이 가장 동경한 곳은 바다였나 보다. 나머지 호수에도 바다를 뜻하는 하이가 붙어있다.

창하이의 물은 잠시 지면으로 사라졌다가 우차이즈(五彩池)에서 솟아난다. 지표면을 지나면서 석회석, 탄산칼슘과 섞여 다양한 색깔을 빚어낸다. 비취, 파랑, 초록, 노랑, 보라 등 다섯 가지 색채가 투영된다는 곳이다. 물속에는 수십년 된 나무들이 썩지 않고 고스란히 잠겨있다. 탄산성분이 나무에 코팅되면서 방부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주자이거구의 세 계곡 중에서도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은 르저거우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징하이(鏡海)는 말 그대로 거울처럼 맑다. 푸른 하늘과흰 구름, 산기슭의 나무 한 그루까지 모두 호수에 담아낸다. ‘물고기가 하늘을 헤엄치고, 새가 물속을 난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다.

전주탄(珍珠灘)폭포는 누어르랑폭포와 함께 주자이거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표출해내는 걸작이다. 너비 200m의 암반을 흐르는 물줄기가 진주빛을내며 흐르더니, 폭 300m 낙차 25m의 폭포로 떨어진다. 오래 전 산을 지키던 정령이 사용하던 거울이 깨지면서 생긴 108개의 파편이 흩어져 생겼다는 전설이 전한다.

주자이거우의 수많은 호수 중 백미는 단연 우화하이(五花海)이다. 우차이즈의 물색깔, 징하이의 투명함에 만산홍엽으로 물든 나무를 모두 볼 수 있다. 이 곳에 이르면 지금까지 내뱉던 절정의 감탄사가 한숨과 탄식으로 바뀐다. 자연의 경이로움 앞에서 인간은 소리를 지를 힘조차 상실해버린 듯하다.

지앤주하이(箭竹海)는 장이모(張藝謨) 감독의 영화 ‘영웅’의 촬영지. 주인공 리롄제(李連杰)와 양차오웨이(梁朝偉)가 물위를 날아다니며 결투를 벌이던 바로 그 장소이다.

영화 전편에 뒤덮고 있는 현란한 특수효과와 컴퓨터그래픽도 지앤주하이의아름다움은 돋보이게 하는 장치물에 불과해보일 정도이다. 유네스코지정 세계자연유산, 세계생물보호구, 21세기 녹색환경구, 국가AAAA급 풍경명승구, 국가급 자연보호구 등 요란한 수식어도 문득 초라해진다.

/주자이거우(중국)=글ㆍ사진 한창만기자cmhan@hk.co.kr

■中 후난성 장자제

주자이거우가 물구경의 으뜸이라면, 장자제(張家界)는 산구경의 으뜸이다.

한 때 중국 산수화에 나오는 기암괴봉의 모습을 보며 그들 특유의 과장법으로 치부했던 적이 있다. 중국인 스스로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그림들이 단순한 허풍이 아니라는 사실은 장자제의 발견으로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자제의 공식 명칭은 우링위안(武陵源)이다. 도연명의 소설 ‘도화원기’에 등장하는 상상속 마을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따온 말이다.

장자제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0년 가량에 불과하다.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투자(土家)족들만 농사를 지으며 조용히 살고 있었다. 1980년대 초 이 지역 출신 화가가 장자제의 산수를 담은 그림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수백m 높이의 바위가 3,000여개를 헤아리는 현장을 확인한 사람들은 이 곳이야 말로 진정한 무릉도원이라며 흥분했다. 10년 전에는 후난성(湖南省) 다용(大庸)시였던 지역명을 아예 장자제시로 고쳤다. 명성에 걸맞게 공항도 생겨났다.

우링위안은 장자제, 텐쯔산(天子山), 쒀지위(索溪 山+谷) 등 3개 지역을 아우르는 명칭이다. 이중 장자제가 중국의 첫번째 국가삼림지구로 지정되면서 ‘우링위안=장자제’로 혼용되고 있다.

우링위안 관광의 백미는 역시 장자제 구간이다. 360m 높이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면 위안자제(袁家界)라는 곳이다. 장자제의 중심풍경구이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너럭바위 미혼대(迷魂臺)에 섰다. 순간 눈앞에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진다. 작게는 100m, 크게는 400m 높이의 뾰족바위 수백개가 버티고 서 있다.

마치 100층짜리 초고층빌딩들이 도열하고 있는 형상이다. 후화원(後花園)으로 불리는 이 곳의 경치는 장자제 풍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바위 틈마다 자라난 상록수와 단풍나무들이 아슬아슬하게 절벽에 걸려있고, 봉우리 아래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협곡들이 펼쳐진다. 아찔한 장관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풍광이 만들어졌는지, 돌연 숙연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곳은 3억8,000만년 전 바다속 땅이 융기하면서 생겨났다고 한다. 융기된 지역은 사암으로 된 평평한 땅이었다. 지반이 약해 오랜 기간 풍화와 침식,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서 규암으로 굳어져 이런 모습이 됐다. 그래서인지 바위 꼭대기 부분은 평평한 편. 여기에 일년 내내 안개가 끼어있어 신선들이 노닐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미혼대를 지나 만나는 천하제일교는 지상에서 357m 지점에 만들어진 세계최고(最高)의 천연 다리다. 이 곳을 지날 때마다 관광객들은 오금을 펴지 못한다.

우링위안에서 최근 개발된 텐쯔산은 5㎞에 달하는 고속케이블카를 타는 묘미가 일품이다. 장자제 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기암괴석을볼 수 있다. 황제가 쓰던 붓을 꽂아두었다는 어필봉(御筆峰), 선녀가 꽃을 바치는 모습을 닮은 선녀헌화(仙女獻花) 등 이름과 닮은 바위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빼곡히 들어선 기암괴석이 조금 지루해진다 싶으면 쒀지위 자연보호구를 찾는다. 장장 11㎞에 달하는 황룽(黃龍)동굴과 인공으로 조성된 보펑후(寶峰湖), 십리에 걸쳐 기암괴석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쓰리화랑(十里畵廊) 등 볼거리가 기다린다. 무엇을 보더라도 상상한 것, 그 이상이다.

/장자제(중국)=글ㆍ사진 한창만기자cmhan@hk.co.kr

■여행수첩-주자이거우·장자제 여행

지난 해 9월 주자이ㆍ황룽공항이 생기면서 주자이거우 여행이 쉬워졌다. 청두에서 하루 22편의 항공기가 오간다. 소요시간 40분. 인천에서 청두까지는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매주 화, 목, 일 3차례 운항한다. 인천-청두는 3시간40분, 청두-인천은 3시간20분 걸린다.

주자이거우 여행은 대체로 인근 황룽 관광고 연계된다. 여행지들이 대체로고지대이기 때문에 산소가 부족하고 기압이 낮아 고산병에 특히 유의해야한다.

공항이 해발 3,500m인데다 황룽으로 여행하는데는 해발 4,400m 높이의 언덕을 지나야 한다. 황룽관광의 하이라이트인 우차이즈도 해발 3,700m 지역에 있다. 고산병을 극복하려면 무리한 운동을 삼가고 천천히 걷는 것이 최고. 이 두 가지만 잘 지켜도 고산병 증세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여행전에 현지에서 판매하는 고산병억제 약을 먹거나 여행지 입구에서 판매하는 간이 산소마스크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고산지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증세는 금세 사라진다.

아직 한국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진 지역이 아니라 현지 음식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김치, 김, 컵라면 등 비상용 식량을 미리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장자제에선 우리 돈이 통용된다. 특히 1,000원짜리 지폐가 유용하게 쓰이니 미리 준비해가면 좋다.

모두투어(www.modetour.co.kr)는 주자이거우와 3,000여개의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황룽,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 수도였던 청두를 둘러보는 3박4일 상품(89만9,000원)과 4박5일 상품(94만9,000원)을 내놓았다. 장자제, 청두코스도 3박4일 상품(86만9,000원)과 4박5일상품(99만9,000원)을 선보이고 있다. (02)728-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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