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닥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레인콤이 최근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창업주의 ‘친정’이랄 수 있는 삼성전자가 대자본을 무기로 MP3 플레이어 시장 탈환에 나선데다 음원 보유자와의 저작권 갈등 문제도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1999년 양덕준 사장과 함께 레인콤을 창업해 실무 경영을 총괄해온 이래환(39ㆍ사진) 부사장은 그러나 레인콤이 처한 상황에 대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일을 해왔기 때문에 특별하게 어려운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담담한 표정이다.
레인콤이 삼성전자의 ‘옙 YP-16’에 맞불을 놓기 위해 최근 내놓은 ‘N10’은 출시 2개월만에 내수시장에서 7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면서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엄지 손가락 크기의 초소형에다 보석을 받아놓은 듯한 디자인을 가진 이 제품은 젊은이들 사이에 목걸이 겸용으로 인기다.
이 부사장은 “‘옙 YP-16’ 출시에 따른 시장 분석과 여기에 대응하는 모델 출시를 결정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며 “사원부터 사장까지의 결재가 빠르면 하루 만에 이뤄지고 있는 신속함은 대기업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해 레인콤이 올초 개설한 온라인 음악사이트 펀케익닷컴(www.funcake.com)에는 윤도현, DJ DOC 등 유명 가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펀케익닷컴은 음반 제작사, 가수 등과 계약을 맺고 음악, 가사,가수 사진, 스크린세이버 등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1곡당 800원에 다운로드해주는 ‘디지털 싱글’을 서비스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오프라인 음반 발매 전에 소비자 반응을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수들이 오히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다”며 “합법적으로 제작되는 디지털 싱글이 늘어나면 저작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인콤은 직원수가 지난해 이맘 때보다 2배 가량 늘어난 450명에 달하고 올해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운 4,3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회사의 급격한 성장은 청신호가 아니라 적신호라는 격언을 유념하고 있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벤처 문화를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기계공고, 중앙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13년간 근무하다 양 사장과 레인콤을 공동 창업한 그는 200억원대의 주식을 보유한 ‘IT부자’이기도 하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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