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단행하겠다던 주한미군 감축이 3년 늦춰지게 됐다. 한미 양국은 1만2,500명 감축규모는 유지하되, 이라크에 차출된 미 2사단 3,600명을 포함해 5,000명만 연말까지 줄이고 나머지는 2008년까지 철수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급격한 감축에 따른 대북 억지력 약화를 우려한 우리측의 연기 요구를 미국이 수용한 결과다. 그만큼 미군 감축에 대처할 여유를 갖게됐다.
미국은 북한 장거리포 위협에 대응하는 다연장로켓 부대 등도 남겨두기로 했다. 휴전선 미군철수에 따라 장거리포 대응력 약화가 가장 우려되는 상황에 비춰 적절한 조치다. 한국군 전력강화에는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기에, 미군 화력 감축은 신중하게 하는 것이 군사 상식에도 맞다.
당초 감축을 서둘던 미국으로서는 우리 사정을 많이 배려한 셈이다. 그러나 일방적 감축안이 이라크 파병을 재촉하는 압력 성격이 짙었고 미국도 휴전선 전력균형 유지를 바랄 것을 생각하면, 재배치 비용부담 등에서 지나친 양보를 한 것은 아닌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미국이 철군을 늦춘 것은 미군 재배치 계획이 의회에서 논란 되는 것도 요인이라니 아쉬움은 커진다.
이렇게 볼 때, 미국의 전략 변화에 따른 미군 재배치 및 감축 논의에 차분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요긴하다. 대북 억지력 유지는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미군이 없으면 서울이 며칠 만에 함락된다고 떠드는 식의 선정적 논란은 삼가야 한다.
극단적 가상 시나리오를 달랑 들고나와 공연히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적 장거리포가 1시간 동안 일제히 발사되면 서울의 3분의 1이 파괴된다는 주장 따위는 우리 군은 마냥 손 놓고있는 상황을 가정할 때만 가능하다.
그 정도로 비상식적이다. 안보에 여야가 없다고 떠드는 정치권부터 합리적 대응책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자세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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