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몇가지를 골라낼 때,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지도책이다. 지도를 읽는 일이야말로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읽는 일이고, 또 이 세상의 길을 읽는 일이다.어린시절 형제가 자주 ‘지도찾기’ 내기를 했다. 미국 지도든, 유럽 지도든, 어디 한군데 지도를 펼쳐놓고 “오거스타를 찾아봐.” 혹은 “메킨리산을 찾아봐.” 이렇게 문제를 내면 또 한 형제는 눈이 빠져라 그것을 찾는다.
외국지명 찾기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1:80만 정도의 세밀지도(지도책 양면에 경기도 지역만 겨우 들어간다)를 펼쳐놓고 하는 국내 지명 찾기다. 외국 지명은 본, 낭트와 같이 짧은 이름의 지명도 있고, 드네프로페트로프스키와 같이 긴 이름의 지명도 있다. 그러나 국내 지명들은 백에 아흔여덟은 그 지명이 이 지명 같고, 이 지명이 저 지명 같은 두 글자 이름들이다.
대관령 산 아래에 갇혀 중학교 수학여행 때야 처음으로 기차를 타보았던 그 시절 우리는 지도를 통해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고, 유럽으로 가고, 인도로 가고, 아프리카로 갔던 것이다. 꼭 여행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우리의 꿈이 그 안에 다 있었다.
/이순원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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