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 <10> 기업의 탄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근교수의 원포인트 경제학] <10> 기업의 탄생

입력
2004.10.05 00:00
0 0

지구 최대의 베스트 셀러인 성경은 태초에 빛이 있었다는 말로 시작합니다.그런데 태초에 시장이 있었다고 하는 책이 있습니다. ‘거래비용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발전시킨 윌리암슨(Williamson)의 ‘위계와 시장( Hierarchy and Markets)’이라는 책이죠.

이 책은 태초에 시장만 있었는데 왜 기업(firm)이라는 조직이 출현하게 됐는지 설명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하는 가족 제도도 근원이 있는 것처럼 기업이라는 제도 역시 원시 시대에는 없었고, 어떤 특정 시기에 지구상에 출현한 것입니다.

도대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이 지구에 왜 기업이라는 괴물이 출현해 노동자와 자본가를 갈라놓고 싸움을 붙이기 시작한 것일까요.

물물교환만 이뤄지던 원시시대는 교환위주 시장경제의 원형입니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경제행위도 교환관계인 측면이 많습니다. 단지 원시시대 물물교환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차이가 있는데 사실 이 복잡성 때문에 기업이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기업 내에서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이런저런 일을 시키고, 그런 일에 대한보상은 포괄적으로 한달, 또는 1년마다 월급, 연봉으로 지급 되죠.

그런데 이런 식의 정기적 보상이 아니고, 매 특정 일마다 얼마를 준다는 식으로 계약을 맺을 수도 있죠. 이런 식의 계약이 가능하다면 기업이라는 조직은 필요 없는 셈이며, 시장만 있게 되는 것이죠.

일용노무자 시장이 그렇습니다. 매일 아침 일용노무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수요자)과 노무자(공급자)가 만나서, 어떤 일에 얼마라는 식으로 합의가 되면 그날 일을 하고, 끝나는 것이죠.

그러나 하루에 끝나는 것이 아니고 며칠, 몇 달, 아니 몇 년씩 가는 일이라면 수요자 측에서 볼 때 매일 아침 시장에 나와서 사람을 찾는 것은 귀찮은 일입니다.

또 노무자들 중에 일을 아주 잘해서 계속 자기 곁에 두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럴 경우 일을 시킬 사람은 그 노무자에게 ‘내가 앞으로 얼마 동안 어떤 대우를 해 줄 테니 내 밑에서 (아니면 좀더 멋있게, 나와 같이) 일하자’는 제의를 하겠죠.

노동자 측에서 볼 때도, 매일나와서 자기를 써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귀찮고 해서 이런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죠. 그러면 기업이 성립되는 것입니다.

요점은 같은 일을 매일 시장에서 처리 할 때, 너무 귀찮아서(즉 비용이 많이 들어서) 대신 장기적 관계를 갖는 기업이라는 제도가 출현한다는 것입니다. 젊은 연인이 매일 데이트하고 헤어지는 것이 싫어 결혼을 하고 한집에 살림을 차리는 것과 같습니다.

윌리암슨은 시장에서는 다양한 성격의 거래가 이뤄지는데, 그 성격과 특성에 따라 그 거래를 완수하는데 필요한 비용, 즉 거래비용이 달라지며 시장에서의 현장 거래 방식보다 더 싸게 그 거래를 수행하는 하나의 대안적 방식으로서 기업이라는 조직이 탄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일용직 시장의 사례에서 보듯 그 거래가 반복적이거나 장기적일수록 시장거래 보다 기업이 더 효율적인 해결책이 됩니다. 해당 거래를 가장 저렴한 거래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 채택된다는 것이고, 이는 적자 생존이라는 시장경제의 경쟁원칙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