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재정경제부가 ‘미국의 소득분배 현황’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한국이 미국보다 소득분배 상태가 양호할 뿐 아니라 최근 몇 년사이에 미국은 분배구조가 악화한 반면 한국은 좋아졌다는 겁니다. 그 근거로 제시한 지표가 바로 소득 지니계수입니다.지니계수는 분배 불평등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0’에서 ‘1’까지의 값으로 표현되는데, 0이면 ‘완전 평등’, 즉 국민 모두가 똑같이 나눠 가진 경우입니다.
1이면 국부를 한 사람이 다 거머쥐고 있다는 뜻이지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합니다. 재경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 0.317에서 2003년 0.306으로 떨어진 반면, 미국은 0.462에서 0.464로 상승했습니다.
재경부 발표대로라면 한국이 미국보다 더 평등하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요. 재경부가 비교한 것은 미국과 한국의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라는 점에 유념해야 합니다. 쉽게 말해 월급이나 이자소득 등 매달 손에 쥐는 돈을 기준으로 국민들간 격차의 정도를 비교했다는 것이죠.
그러나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두 사람이 똑 같은 월급을 받고, 은행예금도 비슷하다고 해보죠. 소득격차로만 따지면, 이들은 동일계층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10억원짜리 집에 살고, 다른사람은 전세를 살고 있다면 얘기는 전혀 달라지게 되겠죠.
즉 빈부격차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소득뿐 아니라,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의 격차’(부의 격차)도 따져 봐야 합니다. 특히 소득격차가 대부분 근로(勤勞)의 결과인 반면, 부의 격차는 상당부분 불로(不勞)의 결과이기 때문에 사회적 해악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죠.
분배문제 연구에 정진해온 한국조세연구원 현진권 박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에서 한국이 부의 불평등도가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소득 지니계수와 달리 부의 지니계수는 대부분 국가가 집계를 않기 때문에 이는 현 박사의 주관적 추정일 뿐이지만 상당히 신빙성이 높습니다.
현 박사 추정으로는 우리나라 ‘토지’ 부문에 대한 지니계수는 0.86에 달합니다. 한국처럼 부동산에 대한 소유 집착과 부의 축적수단이라는 인식이 강한 나라도 없기 때문이죠.
유병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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