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4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치솟기 시작해 880선을 훌쩍 뚫고 올라섰다.이 같은 강세의 직접적인 요인은 지난 주말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는 악재 속에도 뉴욕증시의 나스닥 지수가 2.39%나 급등하는 초강세를 보인 것과 7일로 예정된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경기는 경기 지표들이 나날이 악화하면서 비관론이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전문가들조차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유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기업실적 예상만큼 나쁘지 않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국제유가의 사상 최고치 경신에도 불구하고 강하게 오른 것이 한국시장에서의 투자심리를 크게 호전시켰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위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강세를 보이며 정보기술(IT)경기가 우려했던 만큼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미국시장의 IT종목의 상승세가 외국인들의 한국 IT주 매수로 이어져, 외국인들은 이날 1,500억원이 넘는 순매수를 보이며 주가 상승을 부채질 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1일 발표된 9월 수출실적이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난 데다 지수도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860선을 넘어서면서 그 동안 주가 추가상승의 발목을 잡던 실적 악화 우려감이 많이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조금만 사도 크게 오른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장세가 경기보다는 수급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외국인 보유비중 증가와 꾸준한 자사주 매입 소각으로 우량종목의 유통주식이 크게 줄어들어 매수세가 조금만 증가해도 주가가 크게 오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유통주식비중은 19%에 불과해, 이들 종목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지경이다. 여기에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신과 연기금의 기관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되며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날도 기관이 3,000억원에 가까운 순매수를 보이며 주식시장 상승을 주도했다.
*힘을 얻는 한국증시 체질변화론
거듭되는 대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상승행진을 계속하자, 지난 20여년간 지수 500~1,000을 맴돌던 한국 증시가 구조적으로 한단계 진화했다는 구조변화론이 힘을 얻고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기업실적의 안정성이 확보되면서 한국증시 디스카운트 요인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고, 기관투자비중 증가로 장기 상승형 종목이 속출하고 있다”며 “한국증시가 구조적 변혁과정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체질 변화론을 근거로 대신증권 김 실장은 “이달 중 910~930선에 도달한 후에도 느린 속도지만 상승을 계속해 내년엔 역사상 최고점인 1,150포인트도 경신할 것”이라는 강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반면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장은 “IT경기가 하강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증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IT분야가 지수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신중론에 가세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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