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명석의 TV홀릭] MBC드라마 '아일랜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명석의 TV홀릭] MBC드라마 '아일랜드'

입력
2004.10.05 00:00
0 0

드라마 ‘아일랜드’(MBC)에서 강국(현빈)의 직업은 보디가드다.그래서 그는 사람을 ‘지켜주며’ 살아간다. 그는 가족의 죽음으로 정신병을 앓던 중아(이나영)와 결혼했고, 사회부적응자나 다름없던 재복(김민준)에게 보디가드 일을 가르쳐주면서 그의 사회적 자립을 책임지며, 에로영화 배우였던 시연(김민정)을 경호한다.

그는 ‘아일랜드’의 주인공 중 유일하게 사회 주류에 속해 있고, 그 위치를 통해 자신에게 의지하고, 자신이 지켜줄 수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 중아를 불쌍해서 사랑했다가 사랑하니 불쌍해져 결혼하는 것이 그가 세상을 사는 방식이다.

그래서, 강국은 친남매간일 수도 있는 중아와 재복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서로를 지켜줄 힘도, 사회적으로 용인 받을 수도 없다. 그가 누군가를 지켜주며 참는 것에 익숙해져도 그건 참는 것이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재복은 강국이 죽을 때까지 중아를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하지만, 강국은 중아가 재복과 잤는지 궁금하고, 재복에게 ‘수준’이 안 된다며 화를 낸다. 강국의, 그리고 ‘아일랜드’의 난해한 문제는 거기서 시작된다. 강국은 사회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지만, 그와 사회가 아닌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나의 ‘세계’에 상관없이 자신들만의 ‘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왔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일랜드’는 기존의 드라마 문법을 벗어나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시청자들에게마저 선택을 요구한다.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대화 못지않게 수많은 독백으로 ‘타인’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시청자에게 직접 털어놓고, 드라마는 강국과 중아의 결혼생활이나, 재복과 중아가 서로 만나고 사랑하는 과정같은 일련의 사건들 대신 그것들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고, 균열이 일어난 각자의 관계들에 주목한다.

‘아일랜드’는 우리가 ‘관계’를 맺기 위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기존의 가치를 거부하고 그 가치관속에 숨어있던 사람들 각자의 삶을 모두 감싸 안는다. 내 곁에 없는 수많은 ‘정상의 타인’들과 함께 살 것인가,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어쩌면 ‘미쳤다’고 해도 좋을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그들만의 ‘섬’에 들어갈 것인가.

아마 강국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는 중아와 재복을 이미 ‘사랑’할뿐만 아니라, 스스로 ‘쓰레기’처럼 살지 말라고 했던 시연마저 사랑하게될 테니까. 자신만의 관계 속에 있는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렵다면, 그것은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다.

진정한 사람간의 관계와 소통은 사회가 아니라, 서로의 비정상적인 면마저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섬’을 만들 때 가능한 것이니까.

이미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 ‘네멋폐인’의 섬을 만들었던 인정옥 작가는 강국을 통해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아일랜드’에서 살고 싶다면 이해하지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그래서 ‘네 멋대로 해라’는‘마니아’ 드라마였고, ‘아일랜드’는 컬트다. 이해할 필요는 없다.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 하면 될 뿐이다.

/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