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라이크 뎀’ (Like Them)의 여운이 아직 귓속을 맴도는 대, 거미가2집 ‘이츠 디퍼런트’ (It’s Different)를 들고 1년 여 만에 팬들을 찾았다. “예상 했던 것보다 반응이 좋아 좀 어리둥절해요.”지난번 음반이 말랑말랑한 발라드 위주였다면 이번 음반은 거미 특유의 파워 넘치는 음색으로 소울, R&B, 힙합 등 다양한 소리의 결을 들려준다. “1집과 다른 모습을 담으려 했어요.
디렉팅과 프로듀싱에 적극 참여한 점도 ‘다르다’고 할 수 있어요.” 좋은 곡들만 골라서 묶다 보니 장르 백화점 모양새가 됐단다. “아무리 여러 장르가 섞여있다 해도, 소울 울타리 안에서 제 목소리를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흑인음악에 우리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그는 인트로 ‘거미 스킬스’(Gummy Skills)부터 바뀐 모습을 곧바로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내 스타일’이라고 선언하듯 시원하게 내지르는 목소리에 진한 호소력이 느껴진다. 타이틀 곡 ‘기억상실’은 거미가 추구하는 소울 스타일이 진국으로 배어난다.
역동적인 목소리와 멜로디의 유혹을 떨쳐내기 힘들다. 요즘 예사롭지 않은 인기바람으로 각종 차트에서도 상위권을 넘보고 있다. “가장 애착이 가요. 아무리 불러도 질리지 않아요.” 음반에 담을 곡들을 모두 완성하고도 못내 아쉬워, 작곡가 김도훈씨에게 특별히 부탁해 만들었단다. ‘소 머치’(So Much)는 끈끈한 목소리에 힙합의 경쾌함이 잘 녹아 든 곡으로, 소울의 ‘샛별’ 알리샤 키스를 떠올리게 한다.
음반의 완성도를 위해 휘성 송백경 하동균 이영현 등 재능있는 20여명의 동료들이 총출동 했다. 송백경이 작곡하고 피처링한 ‘댄스 댄스’(DanceDance)는 자칫 지루해질 음반에 살짝 액센트를 준 댄스 곡으로 흥겨운 펑키 리듬이 맥박을 빠르게 한다.
“말도 배우기전 조용필 선배 노래를 흥얼거렸고, 자라면서 임희숙과 인순이 노래를 가까이 했다”는 거미는 동년배들보다 ‘7080세대’의 정서에 더 맞닿은 듯하다. “돈과는 상관없이 좋아하는 옛 노래들을 리메이크 해보고 싶어요. 임희숙의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송이’, 한영애의 ‘거기 누구 없소’를 편곡 없이 원곡 느낌 그대로부르고 싶어요.”
또래 가수 중에서 휘성이 가장 배울 점이 많고, 선배 가수로는 인순이를 가장 존경한단다. “한 곳에 머물지 않는, 항상 새로운 모습이 너무 보기좋아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TV카메라 앞에 서는 것보다 활기 넘치는 대학무대가 편하다는 거미는 이 달 휘성 빅마마 세븐과 ‘솔트레인 2004’ 합동공연무대에 오른 뒤, 11월27일경 단독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너무나 부르고 싶었던 소울에 안착한 그녀가 객석을 압도할 커다란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제기기자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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