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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오네긴'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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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오네긴' 내한공연

입력
2004.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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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호 푸시킨의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은 러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의 가장 사랑 받는 걸작. 이 작품을 차이코프스키는 오페라로 만들었고, 안무가 존 크랑코는 발레로 만들었다.크랑코의 ‘오네긴’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발레단과 바이에른 주립 발레단만 공연권을 갖고 있어 좀처럼 보기 힘든 작품인데, 서울에서 보게 됐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내한,25,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이 발레단의 한국인 프리마돈나 강수진이 여주인공 타치아나로 출연할 예정이어서 더욱 관심을 끄는 무대다. 강수진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내한은 1994년 ‘로미오와 줄리엣’, 2002년 ‘카멜리아 레이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크랑코의 ‘오네긴’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간판 레퍼토리이자, 강수진의 대표적 배역이다. 크랑코는 1973년 사망하기까지 12년간 이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아 이 단체를 세계 정상으로 끌어올린 주인공. ‘오네긴’은 안무가로서 그의 기량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만든 작품으로 1964년 초연됐다. 발레의 기교보다는 심리 묘사가 극을 끌고 가는 이른바 드라마틱 발레다.

감정의 기복과 미묘한 갈등을 몸짓으로 옮기는 크랑코의 안무는 매우 깔끔하고 세련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작품은 특히 그러해서 군더더기가 없다. 위르겐 로제가 디자인한 무대도 간결한 아름다움으로 춤을 받쳐준다.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오네긴’이 아니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곡들을 골라 편곡(쿠르트하인츠 스톨체 편곡)한 것을 쓴다.

‘오네긴’의 줄거리는 사랑을 비웃던 냉소적 귀족 청년이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회한에 빠지는 내용. 주인공 오네긴은 사교계의 총아이자 최고의 멋쟁이이지만 쾌락에 지치고 인생에 염증을 느끼는 인물. 매혹적이지만 차갑고 변덕스러우며, 무례하지만 다정한 유혹자다.

순진한 시골 처녀 타치아나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편지로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는 냉정하게 물리친다. 세월이 흘러 남의 아내가 된 타치아나를 만난 오네긴은 열렬한 사랑을 느끼지만 이번엔 타치아나가 거절한다. 여전히 오네긴을 사랑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두 남녀의 엇갈린 사랑의 드라마는 타치아나의 여동생 올가와 올가를 사랑하는 시인 렌스키와 얽히면서 비극을 부른다. 오네긴이 장난삼아 올가를 유혹했다가 이에 격분한 렌스키가 결투를 신청, 렌스키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푸시킨 원작의 무게 중심은 오네긴이지만, 크랑코의 발레에서는 타치아나가 핵심이다. 이 역을 누가 맡느냐에 작품의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 강수진의 타치아나는 최상급 찬사를 받고 있다.

사랑의 열망과 애원이 절망으로 바뀌는 드라마를 섬세한 심리묘사로 전달하는 그녀의 춤이 이번 공연에서도 백미가 될 것 같다. 무용의 노벨상으로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고 여자무용수 상을 받은 그녀의 연기력은 기대해도 좋다.

발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10월은 고민스런 달이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오네긴’에 바로 이어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의 ‘백조의 호수’(29~31일)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두 공연 모두 놓치기 아까운 것이어서 얇은 지갑이 원망스러울지도 모른다. 문의 (02)399_1114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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