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변칙상속 수법이 재벌기업과 개인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4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내부거래와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재벌기업과 개인들의 변칙상속이 성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내부거래 통한 편법 상속 의혹=박 의원은 먼저 재벌기업들이 비상장이며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SI(시스템 통합) 업체 등을 계열사에 편입한 뒤 지원을 통해 업체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의 경우 SK C&C를 SI업체로 변경한 다음 계열사의 일거리를 몰아주는 방법을 통해 이 회사의 주식가치를 1,466배나 높인 것으로 지적됐다.
대주주 가족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법도 주요 변칙상속 통로로 거론됐다. 박 의원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후계자인 정의선씨가 최대주주인 용역업체 현대 글로비스의 매출액 5,787억원 중 90%인 5,208억원이 현대차 그룹과의 내부거래액이라고 밝혔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조카인 구본현씨가 운영하는 예림인터내셔널도 LG필립스, LG전자, LG건설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전체 매출액 170억원의 70%에 달한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결국 재벌기업이 비상장 회사를 오너 가족에게 준 뒤 계열사의 일거리를 몰아주면서 회사가치를 높이는 수법으로 부를 변칙 상속하고 있다는 게 박 의원 주장이다.
◆주택담보대출 통한 편법증여=미성년자들의 주택담보 대출액수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시중은행의 미성년자 대출 및 예금 현황’에 따르면 12개 시중은행이 올 상반기 미성년자들에게 1억원 이상 대출한 액수는 총 177억원으로 지난해 총대출액 174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또한, 2002년말의 113억원보다 56.6%나 증가한 수치다. 은행별로는 프라이빗 뱅킹이 활성화 돼 있는 하나, 신한은행이 각각 34억원, 한미은행이 32억원 순이었다.
미성년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주목받는 이유는 증여세 감면 효과가 있고 대출액을 부모가 대신 갚아줄 수 있어 최근 편법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억원 상당의 주택을 미성년자에게 증여하면서 주택을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증여세 과세대상 금액이 5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미성년자 대출의 경우 원리금 상환이 장기에 걸쳐 매월 소액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부모가 갚아도 사실상 출처 조사가 불가능하다.
박 의원은 “상속 증여 완전포괄주의의 시행과 함께 재벌기업 및 개인의 변칙상속이 근절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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