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통일된 후 14년이 지났지만 구 동·서독 주민 대다수는 여전히 상대방에게 이질감을 느끼고 있으며, 재정지원 및 정치만족도 등 민감한 부분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독일 일간 빌트지는 통일 14주년인 3일 동·서독 생활 수준 차와 의식 차를 종합한 기사를 싣고, "통일 후 1조 5,000억 유로(2,142조원)가 동독에 지원했지만 전체 독일인의 21%가 베를린 장벽의 부활을 원할 정도로 정서적 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먼저 한 민족으로서 동질감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구 서독인의 23%, 구 동독인의 14%만이 그렇다고 답했고, 서독인의 74%, 동독인의 85%는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서독인의 24%, 동독인의 12%는 베를린 장벽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1999년 조사의 서독인 20%, 동독인 14% 비율보다 약간 증가한 것이다.
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부분에서의 대립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독이 동독을 재정 지원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서독 주민의 41%가 반대했고, 동독주민의 73%는 사회복지 삭감 정책에 반대를 표시하면서 현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통일 후 시너지효과로 동서독 주민 모두가 잘 살 것이라는 기대도 아직은 실현되지 않았다. 서독 주민의 56%는 통일 전과 비교해 생활수준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악화했다'와 '개선됐다'는 대답은 20%대로 비슷했다. 재정 지원의 혜택을 입은 동독 주민의 경우 57%가 생활이 나아졌다고 답했다.
하지만 서독의 블루칼라 노동자가 시간당 15.60유로(2만2,200원)를 받는 데 반해 동독 노동자는 30% 적은 10.90유로(1만5,500원)를 받고 있으며, 서독의 실업률(8.4%)은 동독의 실업률(18.3%)보다 크게 낮았다.
상대방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서독 주민들은 동독 주민들을 '인간적이고, 의존적인' 이들로 바라보았고, 동독인들은 서독인들을 '부지런하면서 유연하지만 이기적인' 사람들로 인식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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