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어떤 상태인지는 이번 추석 연휴를 지내면서 분명히 드러났다. 지역구를 찾은 여야 국회의원들은 송편이나 덕담보다는 욕이나 비난을 훨씬 더 많이 듣고 돌아왔다.회생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경제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이야기의 90% 이상이 온통 경제에 집중됐다. 이 같은 사태는 이미 추석 전 여당 원내대표 일행이 방문한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감지됐다.
상인들은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정치나 잘하라”며 “소금을 확 뿌려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까지 말했다.
■ 노무현 대통령은 대국민 귀향 메시지에서 “추석 대목이 없다, 추석상차리기가 너무 빠듯하다라는 말들을 들으면 제 마음도 한없이 무겁다“며“많이 힘드시겠지만 여러분, 희망을 가집시다. 나아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헌재 경제 부총리는 ‘힘들고 어려운 국민 여러분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뛰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이렇게 힘겨운데 정부는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 대통령과 경제 부총리가 경제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소 안도가 된다.
하지만 그 동안 별 문제가 없으며 머지않아 경기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던 것을 되새기면, 왜 최대 명절을 맞아 바쁘게 움직일 때가 되서야 슬그머니 그런 식으로 말하고 넘어갔는지 잘 이해할 수 없다.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기업인들과 만나 “역시 외국에 나와보니‘기업이 바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로 쉽게 공감이 안 간다. 그럼 안에서는 어떻게 생각했다는 것일까.
■ 이 경제 부총리는 서한에서 “이 다음 추석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조금더 큰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으며 올해의 어려웠던 살림을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은 얼마 전 학술대회에서 “참여정부의 1년반은 도처에 지뢰밭이요, 처처에 가시덤불”이라며 “참여정부는 구름에 싸인 달과 같아서 구름이 걷히면 진가를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구름이 걷혀 경제 부총리의 다짐이 실현될 것인가.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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