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를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했다. ‘독재 타도’와 ‘민주회복’의 구호가 물결 치던 바로 그 자리를 이번에는 ‘국보법 사수’ ‘친북반미세력 타도’의 함성이 덮었다.17년 전 군사정권 타도에 결정적 힘을 보탰던 ‘넥타이부대’가 중장년 세대가 돼 이날 집회에 대거 참여했다.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광경이다.
이날 집회를 보는 입장은 서로 다를 것이다. 진보적 시각에서는 과거의 망상에 사로잡힌 시대착오적 세력의 헛된 발호로 보일 것이고, 보수 진영에서는 국체를 뒤흔드는 세력을 보다 못해 마침내 일어선 애국적 봉기로 박수를 보낼 것이다.
여기서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그 동안 수없이 서울 도심을 뒤덮었던 촛불집회 인파가 시대정신의 한 반영이었다면, 이날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인파의 외침 또한 같은 비중으로 존중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이런 식의 극단적 세 대결구도가 날로 첨예화하는 현상이다. 이날 집회는 우리 사회 인식의 간극이 접점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넓어져 있음을 재차 확인케 해주었다. 책임의 큰 부분은다른 생각을 끝내 포용하지 못한 현 정권에 있다.
이제 치졸하고도 망국적인 편가르기, 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는 소아적 반목은 그만둬야 한다. 그에 따른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이념적 세(勢) 대결도 당장 중지돼야 한다. 그리고 동시대를 함께 살며 고민하는 공동체 의식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고 또한 바람직한 것이나 이런 식의 심각한 국론분열, 적개심에 가까운 배타적 감정의 표출은 어느 누구에게도 하나 득 될 것이 없다. 문제 해결의 일차적 열쇠는 정부와 정치권에 있음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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