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1만 가지가 넘는 냄새를 어떻게 인지하고 기억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한 과학자들에게 올해 노벨의학상이 돌아갔다.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에 재직중인 리처드 액설 교수와 워싱턴주 시애틀의 프레드 허친슨 암연구센터의 린다 벅 박사가 세계적 과학저널 '셀'지에 냄새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역사적인 논문을 공동 발표한 것은 1991년.
이들은 생쥐 실험을 통해 냄새를 맡는 동물의 후각 메커니즘이 콧속의 점막에 있는 후각 상피세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힌 뒤 이 후각 상피세포에 1,000여개의 '후각 수용체'(odorant receptor)가 있으며 각각의 후각 수용체는 2∼3가지 냄새를 감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람에게는 1,000여개의 냄새를 맡는데 관여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는 우리 몸이 갖고 있는 전체 유전자의 3% 정도 해당된다. 냄새를 맡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세포 하나에 후각 수용체 하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1,000여개의 후각 수용체는 2∼3가지의 냄새를 감별할 수 있다.
이렇게 각각의 후각 수용체가 냄새를 맡으면, 후각 상피세포가 활성화돼 전기적 신호를 보내는데 비슷한 성질의 냄새는 동일한 사구체로 보내지게 된다. 이런 신호는 뇌의 중추신경으로 전달돼 뇌는 냄새를 감별하게 된다. 뇌는 이런 냄새 패턴을 기억해 두어 나중에 비슷한 냄새가 났을 때 기억을 되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는 과거에 맡았던 라일락꽃 냄새를 다른 때에도 생각해낼 수 있게 된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는 "청각이나 시각과 달리 국내외에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후각을 잃은 환자들이 적지않지만 치료법이 없어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라며 "이번 수상자들은 후각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후각을 상실한 환자들이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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