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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13> Unix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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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13> Unix를 선택한 이유

입력
2004.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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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프트웨어로 미래 지향적이고 개방형인 유닉스(Unix)를 택한 건 아주 중요한 결단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이유를 설명할 차례다. 먼저OS(Operating Systemㆍ운영체제)에 대해 얘기하겠다. 기본 소프트웨어를 OS라고 부른 이유는 이렇다.지금은 엘리베이터가 모두 자동화해 단추만 누르면 작동한다. 그런데 초기의 엘리베이터는 오퍼레이터가 타고 있었다. 몇 층까지 가느냐고 물은 뒤오퍼레이션(조작)을 해주는 게 임무였다.

그러나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엘리베이터에 작은 컴퓨터가 들어가게 되고, 단추만 누르면 컴퓨터 속의 소프트웨어가 자동적으로 오퍼레이터 역할을 하게 됐다. 이처럼 컴퓨터 속에 들어있는 소프트웨어가 오퍼레이터 일을 대신한다고 해서 오퍼레이팅 시스템, 즉 OS라고 부르기로 한 것이다.

컴퓨터도 초기에는 오퍼레이터가 붙어서 운전했다. 카드 리더에 카드를 집어넣고 기억 장치인 마그네틱 테이프를 손으로 걸고 시동 단추를 누르는등의 작업을 오퍼레이터라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해냈다.

지금은 오퍼레이터가 손으로 하던 일을 OS가 자동으로 해준다. 따라서 OS가 없으면 컴퓨터가 아니다.예를 들어 PC를 켜면 윈도가 나오는 데 이게 바로 OS다.

소프트웨어는 크게 공개(Open)와 특정(Proprietary)으로 나뉜다. 특정 소프트웨어는 개발자가 코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구매자에게 이용권만 주는 걸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가 대표적인 예다.

윈도는 수많은 사람이 쓰고 있지만 MS가 그 내용(Source Codeㆍ소스 코드)을 공개하지 않아 이용자들은 알 길이 없다.

행정 전산화 작업을 하던 1980년대 초ㆍ중반 우리나라 정부에서 가장 많이 쓴 컴퓨터는 IBM이었다.IBM의 OS는 특정 소프트웨어인 탓에 정부는더 많은 비용을 물어야 했다. 왜냐하면 OS 자체가 고가였을 뿐 아니라 OS에 물려 돌아가는 단말기와 주변 장치, 프린터 등도 일반 제품보다 비쌌다. 물론 선택의 자유도 거의 없었다.

반면 공개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내용 전체를 알 수 있는데다 이용자가필요한 부분을 고칠 수 있다.

전세계 수많은 작은 기업들이 이 표준에 맞춰 경쟁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값도 싸다.

그러나 우리가 행정 전산화 작업을 준비하던 84년에는 ‘장차 그렇게 될수 있다’는 신념만 있을 뿐이지 실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제대로 된 OS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미래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공개소프트웨어인 유닉스를 OS로 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데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전길남 박사가 큰역할을 했다. 전 박사는 실제 유닉스를 써보고 그에 관한 많은 문헌을 조사했다. 그는 내게 “현재는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있고 불편하지만 장차전세계가 유닉스 쪽으로 움직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닉스를 믿은 건 유럽의 영향도 있다. 컴퓨터 하드웨어 산업에서 미국에완전히 뒤진 유럽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만은 독립성을 지키려 애를 썼다. 그 때 눈에 보인 유일한 후보가 유닉스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유닉스 쪽으로 기울자 정부에 이미 컴퓨터를 설치해 놓은 회사들은 이를 막기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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