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가는 한국인들인 것 같지만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큰 명절이 다가오면 아무리 차가 막혀 짜증이 나더라도 10시간, 20시간을 참아가면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고향으로 달려가는 한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항상 감탄한다.이혼율이 급증하고, 노인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점점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추석이 다가올 때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서 그들의 마음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한국인들 가운데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나는 추석이나 설날과 같은 큰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외로움을 느낀다. 항상 사람으로 북적대던 서울의 주택가는 텅 비고, 사람으로 꽉 차있던 길거리는 한산해져서 그나마 느낄 수 있던 사람의 따뜻한 온기는 식어 버리고, 게다가 감기라도 들어서 무관심하고 적막한 도심 한 가운데에 누워 있으면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아직 농업 사회인 네팔에서는 큰 명절이 다가오면 온 동네가 시끌법적 해진다. 가족과 친척만이 모여 명절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다 함께 축제를 즐긴다. 수도인 카트만두이건 산 속 시골 동네이건 간에 명절이 되면 우선 온 가족이 모여 가족들 모두가 잘 살기를 바라며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나면, 자기 집에서 만든 음식을 가지고 이웃집을 다니며 인사를 한다.
그렇게 가족과 이웃, 친구들 간에 서로 잘 되기를 바라는 인사를 마치고 해가 질 무렵이면 동네 공터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다 함께 춤을 추면서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축제를 즐긴다. 이 축제에서는 외국인이든 타 지역 사람이든 모두가 ‘함께’할 수 있다.
올해도 추석이 왔다 갔다. 올해도 한국인들의 가족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느끼면서 가슴 한 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낀다. 한국인들의 그 ‘가족’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혼자서 외롭게 추석을 지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까지 옮겨져 모두가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기를 밤 하늘을 밝히는 달에게 빌어본다.
/검비르만 쉬레스(네팔인) 동국대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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