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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아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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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아들의 힘

입력
2004.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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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우스갯소리에 이런 것이 있다. 여자들이 싫어하는 얘기 세 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군대, 또 하나는 축구,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싫어하는 것은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라고 한다.아내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월드컵 때 큰 맘 먹고 식구 수대로 표를 구해오면 자기는 제발 빼달라고 해서 두 아이와 함께 이웃집 아이를 데리고 간 적도 있다. 우리나라가 4강전을 치를 때에도 왜 모든 방송사가 한가지 방송만 하는지 그걸 의아하게 여겼다. 축구에 대해서 아는 것은 발로 공을 차는 경기라는 것과 그래서 골을 넣으면 이긴다는 것뿐이다.

그런 아내도 엄마로 아들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군에 간 아들 면회를 가서는 아들이 얘기하는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를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얘기처럼 넋을 놓고 듣는 것이었다.

요즘 프로야구 선수와 연예인들의 병역비리 얘기도 나오지만, 군에 간 대한민국 아들들의 힘은 그렇다. 나라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군대도 모르고 축구도 모르는 엄마에게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까지 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얘기로 빨려 들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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