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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주고 떠난 '아기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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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주고 떠난 '아기천사'

입력
2004.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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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9개월여 만에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아기가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40대 주부에게 신장을 기증, 새 생명을 안겨주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던 강모군은 지난달 16일 집안 소파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진주 경상대병원에서 뇌전산화단층촬영 검사를 받은 강군은 뇌출혈 증세까지 보여 수술대에 올랐으나 결국 병원측으로부터뇌사 판정을 받았다.

카센터를 꾸리며 넉넉치 않은 생활이었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같던’ 아들의 비보를 접한 강군 부모는 지난 달 20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달음에 뇌사판정자 관리 전문기관인 부산 백병원을 찾아 한 가닥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가망이 없다’라는 병원측의 최종 뇌사 판정에 부모는 3일 밤낮의 고심 끝에 아들의 장기 기증을 마음 먹었다.

수술을 집도한 인제대 부산 백병원 장기이식센터 윤영철(42) 교수는 “강군 부모와 친지들의 어려운 결정으로 지난달 23일 무게 90g에 불과한 강군의 신장 2개를 3년째 만성신부전증을 앓아 온 정모(44ㆍ여)씨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며 “정씨는 빠른 회복세를 나타내 하늘나라로 간 강군도 무척 좋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신장을 기증한 뇌사자 가운데 이 아이가 가장 어리다”고 덧붙였다.

‘아기 천사’로부터 새로운 삶을 선물 받은 정씨는 “그렇게(장기 기증 결심을) 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강군과 그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더 많이 베풀고 살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김종한기자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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