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50달러(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를 돌파하자 재계가 초비상 긴축 경영에 나섰다. 재계는 내수불황 장기화와 수출 둔화, 고유가 행진 등 ‘3중고’로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앞 다퉈 비상경영체제 수립에 나서고 있다.3일 재계에 따르면 유가 영향이 큰 대한항공은 고유가로 경영압박이 심해지자 무급 휴직을 실시하고 나섰다. 최근 무급 휴직 희망자 100명을 모집, 1일자로 인사명령을 내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동안 쉬도록 했다.
또 인천~상트페테르부르크 노선을 주 3회에서 주 2회로 감편한 데 이어 다음달 이후 동계기간에는 운항을 중단키로 하는 한편 유럽, 일본, 동남아 등 비수익 노선도 운항 중단 및 감편 조치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등은 비행기 엔진 예열시간 단축, 항공기 탑재물량 축소, 경제 항로 이용 등을시행중이다.
장기불황에 빠져 있는 화섬업계도 유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두 세 달 사이 유가 상승으로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의 원료가가 30~40% 급등함에 따라 공장가동률을 70~80% 수준까지 낮추는 한편 구조조정도 추진중이다.
효성은 기존 섬유 부문에서 범용 원사의 생산을 늘리지 않는 대신 에어로쿨, M2, 매직실버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을 늘리는 제품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코오롱은 기술집약적 품목인 플라스틱소재, 광확산필름 제품의 생산량을 늘리고 폴리에스터 범용원사 부문을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유화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아토피나는 원가절감을 위한 ‘비상 시나리오’를 가동하고 있으며 연초 유가전망을 24.8달러(두바이유 기준)로책정한 SK㈜는 1달러라도 더 싼 원유을 찾기 위해 유조선을 이라크와 에콰도르로 긴급 투입했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해운업체들도 선박들이 유가가 상대적으로 싼 싱가포르, 함부르크 등에서 급유를 하도록 하고 경제속도를 유지, 기름을 절약하도록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전사적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착수했고 대우조선도 수익성 만회를 위한 비상경영을 선포했으며, 포스코는 조강생산톤당 에너지사용량을 520만㎉에서 2006년까지 400만㎉로 낮추는 에너지관리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유통업계도 야간 외부조명 사용 자제, 절수장치 설치등으로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80% 가까이 중동산을 수입하긴 하지만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와 브렌트유를 중심으로 시작된 고유가 행진은 내수불황 등으로 허덕이고 있는 산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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