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열린 미 대선 후보들의 첫 TV 토론이 미 대선을 다시 팽팽한접전 양상으로 돌려 놓았다.2일 발표된 뉴스위크 여론조사 결과는 첫 토론 이후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크게 밀리던 지지율을 회복,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선거기간 동안 부동표를 확보하기 위한 두 후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3일 미국민 6,250만 명 이상이 시청한 첫 토론회가 미 대선에 극적인 심리적 변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케리 후보가 지지율에서 2%포인트 차로 부시 후보를 누르고 재역전한 것으로 나타난 뉴스위크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로 후보 토론의 효과가 부동층의 표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케리 후보는 외교ㆍ안보 분야를 다룬 첫 토론에서 승리함으로써 자신의 강점인 경제와 국내문제로 선거 이슈를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잡게됐다.
케리 후보측은 자신을 일관성 없는 지도자로 모는 부시 후보측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2주 동안 부시의 이라크 정책 실패를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이제 부시의 경제 기록과 국내 정책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토론회 효과’를 이어간다는 게 케리 진영의 전략이다.
케리 진영은 2일 접전 주에서 부시의 이라크 정책과 안보정책을 비난하는TV 광고를 거두고 건강보험과 일자리 문제를 부각하는 광고를 내보내는 등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케리 후보도 이날 플로리다주 올랜도 유세에서 “부시는 72년 만에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게 한 첫 대통령”이라고 공격했다.
부시 대통령의 일급 선거참모인 칼 로브 백악관 정치고문까지도 “케리가 더 잘 했다”고 인정할 정도로 첫 토론은 부시 진영에 위기감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부시 선거팀은 안보 정책에 치중해온 선거전략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선거팀은 케리를 ‘오락가락 정치인(Flip flopper)’로 부각하는 노력을 배가할 계획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유세에서 “케리는 우리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미군 병력을 사용하기 전에 ’세계적인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케리 후보가 국가안보를 ‘아웃소싱(outsourcing)’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부시 진영은 앞으로 케리의‘세계적인 시험’발언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언론과 선거 전문가들은 케리의 토론 승리에도 토론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의 여론조사 전문가 빌 매킨토프는 “케리가 이번 토론에서 잘한 것은 분명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토론이 유권자들의 입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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