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나을 수 있다고 믿으면 저처럼 이 아이들도 완치될 수 있어요. 희망을 잃지 말고 힘을 내라는 얘기를 자주 해 줍니다.”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전공의 김남균(26ㆍ사진)씨는 그가 돌보고 있는소아암 환자 및 가족들에게 ‘희망 천사’로 통한다. 그 자신도 중학교 시절 소아암을 앓았었고, 그 병마를 이겨내 이제는 자신이 치료 받던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의사가 됐기 때문이다.
환자의 부모들은 자녀에게 “저 선생님도 너와 같은 병을 앓았지만 지금은의사선생님이 됐으니 너도 반드시 병을 이겨내 훌륭하게 커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김씨는 중학교 2학년이었던 1993년 비호지킨스 림프종이라는 소아암으로 지금 재직중인 세브란스 병원에서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위궤양과 빈혈 증세로 체중이 급격히 빠졌으며 고통스런 항암 치료를 끊임없이 받아야 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공포가 늘 엄습했지만 병을 이겨내겠다는 강한 신념으로 결국 14개월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김씨는 이 기간 일주일에 2~3일 밖에 학교에 가지 못했어도 공부는 포기하지 않아 성적은 항상 상위권을 유지했다. 당초에는 물리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투병생활을 거치면서 ‘의사가 돼 나처럼 병을 앓는 아이들을 고쳐줘야겠다’고 마음먹고 고교졸업 후 인하대 의대에 들어갔다.
그는 “아이들을 치료할 때마다 과거 환자시절의 고통스런 기억이 떠올라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소아암은 성인암과 달리 완치율이 높은 병이기 때문에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완치될 수 있다는 말로 아이들 용기를 북돋아 주곤 한다”고 말했다.
10월4일을 숫자로 풀어 쓴 ‘천사의 날’(1004)은 2000년 이만섭 당시 국회의장과 여야 국회의원 몇몇이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의 생명을 온 국민이 지켜주자는 뜻에서 기념일로 정한데서 비롯됐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이번 천사의 날에 소아암 극복에 헌신적인 활동을하는 사람에게 수여하는 ‘희망천사상’을 만들어 김씨 등 4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신기해 기자 shink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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