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번뇌 다 잊고 수행중입니다. 제발 더 이상 저를 찾지 마세요.”‘산골소녀 영자’로 널리 알려진 이영자(22)씨가 아버지를 잃고 불교에 귀의한 지 벌써 3년. 정식 승려가 되기 앞서 ‘도혜’(道慧)라는 법명을 받은 그가 최근 고향인 강원 삼척의 암자에서 세속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고 승려가 되기 위한 학과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선배 승려들이 외부와의 접촉을 허락하지 않아 그와의 직접적인 만남은 어려운 상황. 3일 도혜가수행중인 것으로 알려진 곳에는 다른 스님 한 분이 홀로 암자를 지키고 있었다.
도혜의 행방을 묻자 이 스님은 “세상이 무서워 산 속으로 들어온 사람을왜 자꾸 찾느냐”고 꾸짖으며 “도혜스님은 이곳에 머물고 있지 않다”고잘라 말했다. 이곳이 그가 불자의 첫 인연을 맺은 곳이라 가끔 찾아와 3~4일씩 머물다 갈 뿐이라고 했다.
스님은 “자신의 욕심 때문에 남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 않느냐”며 “세속적인 관심을 끊어주는 것이 도혜스님을 위한 길"이라고당부했다.
이어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는 도혜스님은 물론이고 큰 스님들도 지금은도혜스님이 세상과 접촉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다"고 전한 후 입을굳게 닫았다.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의 두메산골에서 홀아버지와 단둘이 살다 2000년 7월한 방송의 특집프로그램을 통해 세상 속으로 화려한 외출을 했던 이영자씨.
‘영자’라는 이름처럼 순박한 미소와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세속의 사람들을 사로잡은 이씨는 아버지와 모 이동통신 광고에도 출연해 일약 유명인이 됐다.
하지만 2001년 2월 혼자 살던 아버지가 돈을 노린 흉악범에게 살해되는 비극을 겪고, 후원자를 자처한 사람마저 이씨의 돈을 빼돌린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씨는 2001년 4월 속세를 떠나 이 암자에서 삭발하고 불교에 귀의했다.
속죄할 수 있도록 사형을 선고해달라던 살해범을 이미 오래 전에 용서했다는 이씨는 2002년 사미계를 받고 불제자가 된 뒤 해인사 여승공방에 입소해 본격적인 구도자의 삶을 시작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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