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모(33ㆍ여)씨는 얼마전 가슴이 찌릿찌릿하고 당기는 느낌이 드는데다 유두에서 피 같은 분비물이 나와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유방암. 밤샘을 많이 할수록 유방암에 걸릴 우려가 높다는 말을 듣고 혹시나 싶어 병원을 찾았다가 이 같은 진단을 받은 것.유방암이 해마다 늘자 대한암협회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협회는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매일 오후 1~7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 유방촬영 장비를갖춘 버스를 마련해 놓고 유방암 무료검진을 실시한다. 유방암 검진을 원하면 서울시 홈페이지(www.seoul.go.kr) 하단에 마련된 ‘핑크 리본 캠페인’을 누르고 예약하거나, 현장으로 직접가면 된다.
▲ 낮아지는 유방암 연령=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위인 유방암의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서구 여성은 50세 전후 폐경기가 돼야 유방암 발병률이 뚜렷이 높아지는 반면 한국 여성은 40대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으며 최근 20, 30대 젊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1996~2001년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유방암 환자의 경우 30, 40대가 전체 환자의 58%나 차지했다.
이는 서구적인 식생활과 만혼(晩婚)의 증가, 출산율 및 모유수유 감소, 음주 등 여성의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늘면서 야근이 잦아진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 암 연구소는 6개월 정도 야근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50%나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밤에 활동하면 면역력을 강화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감소하는 대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요즘 스트레스와 잦은 야근등으로 유방에 통증을 느끼고 멍울이 잡혀 병원을 찾는 직장 여성이 늘고있다.
그러나 유방에 이상 증상이 있다고 모두 암은 아니므로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삼성서울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양정현 교수는 “유방에 혹이 생겨도 80~90%는 양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으며 유방암이라고 해도 암 크기가작고 전이되기 전에 발견하면 거의 완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월 1회 자가진단 생활화해야=유방의 자가 진단은 연령에 상관없이 한 달에 1번씩 실시하는 것이 좋다. 폐경 전의 유방은 생리주기에따라 그 크기와 통증 정도가 변하므로 생리가 끝난 뒤 3~4일 뒤가 자가진단을 하기에 적당하다. 이 시기에는 생리로 뭉친 유방 조직이 자연스런 상태로 풀리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만약 생리기간 중 유방 멍울이 발견되면 1~2주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검진해야 하며, 이때도 여전히 멍울이 있다면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멍울 다음으로 유방암에 많이 나타나는 증상은 유두 분비물. 맑은 물 같은장액이나 우유 같은 분비물보다는 피가 섞인 혈성 분비물인 경우 특히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유두 분비는 암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 밖에 피부 함몰이나 부종, 겨드랑이 멍울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피부에 변화가 생기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른 시일 내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 연령에 따른 맞춤 검진을=특수 방사선을 이용하는 유방촬영술(맘모그래피)은 일반적인 가슴 X선 촬영보다 방사선 피폭량이 50배나 많으므로 20, 30대 여성이 유방암 검진을 위해 매년 유방촬영술을 하면 오히려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20대는 우선 초음파 검사를 먼저 시행해 방사선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김학희 교수는 “우리나라여성은 유선 조직이 단단한 ‘치밀 유방’을 가진 사람이 많아 초음파검사가 진단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30대는 한국 여성 유방암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으므로 매년 유방 진료를 받아야 하며, 검사는 유방 초음파 검사를 위주로 하되 필요한 경우에만 유방촬영술을 하는 것이 좋다.
40대 이후에는 매년 유방촬영술과 초음파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가족 가운데 유방암 환자가 있는 고위험군 여성이라면 25세 이후부터 6개월마다 유방 초음파 검사를, 매년 유방촬영술 검사를 받아야 한다.
▲ 유방암 자가진단법(유방암학회 권고안)
1. 거울 앞에서 유방의 전체적인 윤곽, 좌우대칭 여부, 유두와 피부 함몰 여부 등을 살핀다.
2. 양손을 올려 유방의 피부를 팽팽하게 한 뒤 피부 함몰 여부를 관찰한다.
3. 왼손을 어깨 위로 올린 뒤 오른쪽 가운데 세 손가락의 끝을 모아 유방 바깥에서 시계방향으로 원형을 그리며 유두를 향해 천천히 들어오면서 촉진(觸診)한다.
4. 유두를 짜면서 분비물이 있는지 만져본다.
5. 겨드랑이에 멍울이 있는지 만져본다.
6. 반대쪽 유방도 같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권대익기자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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