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으로부터 역사를 구출하기 / 프라센지트 두아라 지음ㆍ문명기 손승희 옮김 / 삼인 발행ㆍ2만원“국민국가의 역사로 묶이지 않는 다문화적 역사를 인정하는 대신, 중국은 만주의 역사를 중국이라는 일국 역사 깊은 곳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세계체제에서 국가라는 형태가 응집력 있는 통합된 실체를 요구하는 한, 다문화적 국가는 민족주의가 지닌 해묵은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프라센지트 두아라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서 ‘외부자에게 견고하고 적대적인 태도로 바뀔 수 있는 국민국가’의 전형적인 행태를 읽고 있다.
미국 역사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민족으로부터 역사를 구출하기-근대 중국의 새로운 해석’의 출간 시점이 중국이 고구려사 왜곡에 시동을 걸었던 1990년대 중반이었던 것이 공교롭다.
인도 출신의 두아라 교수는 이 책에서 ‘국민국가’ ‘민족주의’ 나아가 ‘단선론ㆍ진화론의 역사관’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가를 근대 중국의 국가 개념형성을 통해 살폈다.
그는 ‘민족주의’가 허공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근대 이전에 존재한 다양한 표상을 이어받은 결과로 본다. 없던 민족이 근대에 들어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주장 역시 근대성을 또다시 특권화하는데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그에 따르면 근대적인 중국의 ‘종족’(인종 혹은 민족) 개념은 명ㆍ청시대 중요한 사회제도였던 종족(혈동 또는 가문)에 대한 관념을 번역한 것이고, 신해혁명기 공화주의 혁명파들은 한족을 하나의 대가족에 비유하는 수사를 동원하여 충, 효 등의 전통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는 ‘역사의 주체로서 민족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양지분기(兩枝分岐)의 역사’를 제시한다. ‘민족’이라는 틀에 갇혀버린 기억이 아니라, 흩어져 사라진 대항의 역사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향식 국민국가 건설을 시도했던 20세기 초 중국의 연성자치운동이나, 문화를 중심으로 중국과 인도의 근대성을 비교한 대목은 신선하다. ‘역사와 민족을 분리시킬 지점을 장악해야 한다’며 국민국가라는 고정관념에서, 민족이라는 강박에서 온전한 역사를 구해내려는 참신한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두아라 교수는 12월 2일 방한한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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