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사랑하는 마음은 태산 같지만, 여의도 앞 한강에 매일매일 새로운 물이 흘러가듯이 흐르는 강물 같은 심정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겠습니다.”1일 오전 8시3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4층 대강당 연단에 연설문을 손에 든 김정태 국민은행장이 섰다. 10월말 퇴임을 앞둔 그에게 ‘마지막 월례 조회’ 자리였다. 대규모 회계 스캔들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안고 물러나야 하는 그로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은 듯했다.
“흐르는 강물 같은 심정으로 물러나겠다”고 말문을 연 그는 초대 통합국민은행장으로서의 소회와 임직원들에 대한 당부 등 그간 마음 속에 담아왔던 이야기들을 차례로 풀어 놓았다.
그의 소회엔 아쉬움도 있었지만, 자부심이 가득 묻어났다. “윤리경영 도입, 자본시장 적극 참여 등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있어 선도 금융기관의 역할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뱅크로서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성장력이 조성됐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원칙과 기본에 맞게 사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불이익이나 희생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자신에 대한 금융 당국의 징계를 빗댄 듯한 발언도 했다.
떠나는 수장으로서 남겨진 임직원들에 대한 당부도 많았다. 그는 “토끼를 쫓는 것보다 사자를 쫓는 것에 집중해야 하듯이 변화가 쉬워서가 아니라 더 도전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서 하는 것”이라며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할 때 위기는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또 임기 중 최대 걸림돌이었던 노조 문제와 관련, “지금 추진중인 노조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서 직원 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김 행장은 끝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차분히 마무리 짓고 후임 행장이좋은 여건에서 시작하도록 하겠다”며 200여명 임직원의 박수 속에 강당을 빠져 나갔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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