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는 1일 정치적 논란을 빚어온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거듭 천명하고, 이를 위한 조치의 하나로 윤세영 회장의 아들인 윤석민 SBSi 대표를 SBS 경영위원(상무급)에서 해임했다.SBS는 또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본부장 중간평가제 실시 등을 골자로 한 ‘방송 독립성 강화를 위한 노사 합의문’도 발표했다.
SBS는 이날 “올 2월 윤세영 회장이 SBS 대표이사는 영속적으로 방송전문인이 맡는다고 천명한 연장선상에서 노조의 건의를 받아들여 윤석민씨를 경영위원직에서 해임했다”면서 “윤씨는 향후 SBS 대표이사나 집행임원으로 직접 경영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SBS의 대주주인 ㈜태영의 대주주인 윤 대표가 올 2월 경영위원에 선임되자, 방송계 일각에서 경영 세습을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영위원은 비상임 자문위원일 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해 온 SBS가 노조의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은 방송위원회 재허가추천 심사를 둘러싼 논란이 정쟁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경영세습 의혹을 적극 해소하지 않고서는 어떤 개혁 조치도 긍정적 평가를 얻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것으로 보인다.
사측이 노조가 제기해온 14개 개혁과제를 대부분 받아들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BS 노사는 우선 10월 중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고 편성규약을 개정키로 했다. 편성위원회는 편성 변경이나 프로그램 공익성 평가, 시청자위원 선정에 이르기까지 편성권 독립을 위한 최고 의결기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노사는 또 2년 임기의 본부장에 대해 중간평가를 실시해 본부 재적인원의 3분의 2이상이 직무수행 능력이 부적합하다고 평가할 경우 인사에 반영키로 했으며, 총괄CP도 상향평가 대상에 포함해 팀장ㆍCP에 대한 상향평가와함께 인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밖에 ▦공정방송협의회 매월 1회 정례화 ▦새로운 방송윤리 강령 제정 ▦시사ㆍ교양 프로그램 등에 대한 자문위원단 구성 ▦프로그램 공익지수 개정 등에 합의했다.
민성기 노조위원장은 “3월부터 계속된 노사협상에서 일부 이견과 진통이 있었지만, 외부의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노사가 뜻을 같이 했기에 합의가 가능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합의는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민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첫 걸음일 뿐이며, 구체적 실행계획 수립 등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이어 “모처럼 결실을 본 내부의 개혁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치권 등에서 SBS 문제를 정파적 이해에 따라 재단하고 이용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희정기자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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