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은퇴무대로 생각하고 평소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들려 드릴 겁니다.”구수한 목소리와 열정의 소유자 조영남(59.사진)이 가수 데뷔 35주년을 맞아 5, 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1966년 서울대 성악과 재학시절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음악살롱 ‘쎄시봉’에서 대중 앞에 처음 섰던 그는 1969년 미8군 무대에서 ‘딜라일라’를 히트시키며 가요계에 정식 입문했다. “특별한 감회보다는 음악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후회가 밀려와요.”
가수생활 35년을 되돌아보는 그의 목소리에는 지난 시절의 영광보다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화가, 칼럼니스트, 방송인 등 다방면에서 ‘딴 짓’을한 것이 팬들한테 너무 미안하다고. “제가 너무 번안곡만 불러왔죠. 저작권 보호가 없을 때라 닥치는 대로 불렀는데, 지금 소급해서 소송하면 아마도 쫄딱 망할 거예요.”
이번 공연에서는 자신이 직접 만든 미발표곡 ‘김 군에 관한 추억’을 처음 부른다. “70년대 미국 체류 중에 김민기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만들었던 곡입니다.” 지난 시절을 반추하는 이번 무대는 ‘체험 노래의 현장’이라는 공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과 하나 되어 같이 호흡하고 같이 노래할 수 있는 자리. 관객의 입장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만들겠다는 것이다.
조영남은 ‘낙엽은 지는데’를 첫 곡으로 영화 ‘그녀에게’로 널리 알려진 ‘쿠쿠루 쿠쿠 팔로마’ 등 12곡을 부른다. 오랜 친구이자 가수인 김도향과 이장희도 무대에 올라 ‘벽오동’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옛 히트곡을 선사한다. 올드 팬들에게는 60년대 음악살롱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 듯하다. “나이 들어 목소리가 많이 망가졌는데, 공연을잘 해낼지 두렵고 팬들에게 하염없이 죄송해요”
환갑을 바라보는 그는 35주년 무대에 대해 우려하지만, 이번 공연 역시 ‘자기 노래가 없다’는 비판을 불식시켰던 특유의 활력과 소탈한 무대 매너로 객석을 즐겁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화가로서도 이름을 얻은 조영남의 현재를 보여주듯 무대 뒷면은 그의 그림들로 장식된다. 문의 749-1300
/라제기기자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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