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사건, 이혼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중인 서울가정법원 산하 가사소년제도개혁위원회가 현행법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부부간 강간죄’를 ‘가정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가폭법) 개정을 통해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1일 법원에 따르면 개혁위 산하 3분과위(위원장 강지원 변호사)는 현재 가정폭력범죄의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가폭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제출된 개정 초안은 “현실적으로 남편이 일방적, 강제적으로 아내에게 성적 지배욕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정법률에 ‘배우자 또는 배우자였던 사람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항목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혁위는 이 초안을 토대로 위원들의 의견을 수렴, 당초 9월 분과위 회의에서 개정안을 확정한 뒤 법무부나 국회의원 입법안으로 국회에 상정하려 했으나 위원들간에 찬반 의견이 갈려 결론을 미뤘다.
지금까지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가폭법은 고작 보호관찰, 사회봉사 등 보호처분만 가능한데 강간이라는 중죄가 가정폭력범죄에 포함될 경우 지나치게 경미한 처벌에 그칠 우려가 있다”며 반대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부부강간을 법률로 명시하기보다는 법원이 사회변화를 반영해 기존 형법상 강간죄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거나 여성계의 주장처럼 아예 형법에 ‘아내 강간’을 명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반면 찬성측은 “지금까지 판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을 그나마 법률로 명시하자는 것인데 처벌이 경미해서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더구나 부부 사이라는 특성과 가정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비추어 강한 처벌보다는 오히려 각종 보호처분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강지원 위원장은 “가폭법은 가정내 불화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법으로, 이번 논의는 가정폭력에 강간까지 포함해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라며 “하지만 이혼에 이르는 부부의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돼 오히려 가정을 지키려는 사람들만 처벌하는 불균형이 생기는 등 복잡한 면이 있어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부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를 처벌하는 일반적 강간죄(형법 297조) 외에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실질적 부부관계라면 남편이 강제로 처를 간음해도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1970년 대법원 판결 이후 검찰이 기소한 사례조차 거의 없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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