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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죽여라' 낸 도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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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를 죽여라' 낸 도법 스님

입력
2004.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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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하고 있는 도법(55)스님이 ‘할’(수행자를 꾸짖거나 호통을 칠 때 토하는 소리)을 외쳤다. 자신 뿐 아니라, 한국불교와 승단을 향한 자성의 울림이자 뼈아픈 고백이다.그것도 10년 넘게 벼르고 벼르던 말들을 글로 붙들어 책으로 묶었다. 제목도 예사롭지 않은‘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아름다운인연 발행). ‘구도자가 진정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외부의 다른 무엇에도 현혹되지말라’는 중국 선사 임제 의현(臨濟 義玄-?~867)의 해탈법문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심장이 찢기는 아픔으로 쏟아낸 절절한 신앙고백이자, 숨막히는 답답함을 어찌하지 못하여 토해낸 한국불교의 하소연”이라고 말한다. 도반수경스님(불교환경연대 대표) 등과 함께 지리산과 경남 마을, 제주도와 부산을 돌며 유리걸식(流離乞食)하고 있는 그가 왜 승단을 향해 날을 세우고칼을 들이댔을까.

전남 남원 지리산 자락에 있는 실상사에 추석을 쇠기 위해 잠시 돌아온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4일부터 다시 탁발에 나선다.

-승단을 신랄히 비판하는 책을 낸 이유는 무엇입니까.

“불교를 제대로 전하고, 중노릇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어서입니다. 막말로 해서 불교를 이해하면 할수록 ‘막가파’로 변하는 느낌입니다. 10대에출가하여 절에서 보고 배우고 믿어왔던 것들이 왜곡되고 변질돼가는 것 같아요.

10여 년 전부터 이런 문제를 양심적으로 정직하게 얘기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도전하는것도 아니고, 물리적 이익을 챙기는 것도 아닌데요.”

(스님은 책에서 종단의 현실을 모순과 혼란, 불신과 갈등 등의 용어를 거침없이 사용해 비판했다. 특히 수도장인 개인토굴이나 포교당을 매매하거나 권리금을 주고받는 등 사유화 경향이 있고, 문중은 정치 세력화하여 주도권 다툼에 앞장서며, 출가수행이 직업화한다고 아쉬워했다.)

-제대로 된 불교는 어떤 것입니까.

“부처님은 진리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가르침은 지금 바로 볼 수 있고 실현되고 증명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여기 삶의 구체적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확인하여야 합니다. 조계종단의 현실에서도 관념화하고 추상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습니다.

직면한 사실의 실상을 깨닫는 게 지혜이고, 깨달은 내용대로 살아가는 것이 자비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시켜야 합니다. 현재 펼치고 있는 생명평화탁발운동도 생명의 진실, 존재의 가치에 맞는 대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통일된 개념을 만들어나가는 일환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문제제기와 진단, 반성과 함께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를 구체화하는 것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 한다며 대안이 좀 약하다고 인정했다.)

-매일 12km(30리)씩 지금까지 1,700km 정도 걸으셨는데 소감은 어떻습니까.

“온갖 계층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경제타령을 합디다. 가난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부자들까지 온통 부족해서 못살겠다고 하는데 이는 오로지 모든 해결책을 돈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간혹 이런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들이 보이는데 이를 하나로 정리하려는 게 이번 운동의 목적입니다.”

/실상사(남원)=최진환기자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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