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 이수지 글ㆍ그림/비룡소 발행ㆍ9,000원그림책은 아직 글자를 잘 못 읽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좋은 그림책은 글보다 그림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는 재미는 어른한테도 무척 즐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림책을 좋아하는 어른도 꽤 많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작가 이수지씨의 ‘동물원’은 그런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장면마다 글은 단 한 줄 뿐이거나 아예 없지만,그림이 많은 수수께끼를 담고 있다. 찬찬히 뜯어보면 풍성한 이야기를 엮어볼 수 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부모와 함께 동물원에 놀러 간 아이가 고릴라, 곰, 하마, 코끼리, 기린, 물새, 원숭이 우리를 차례로 구경한다. 아빠가 사준 어른이 보기에는 그저 콘크리트와 철조망으로 된 썰렁한 우리일 뿐이지만, 아이의 상상력은 물새와 함께 하늘을 날고 코끼리랑 물에서 놀고 기린 목에서 미끄럼도 탄다. 그 사이 부모는 없어진 아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색연필로 쓱쓱 그리고 칠한 그림은 자유로우면서도 세련된 미감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작가는 어른의 눈에 비친 동물원은 회색빛 풍경으로 그리면서 아이의 상상세계는 화려하게 색칠해서 뚜렷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어른이 보는 우리 안에는 동물을 그려넣지 않고, 아이의 놀이친구가 된 동물들 세계에는 철조망을 없애버린 것에서 동물을 가둬두는 것을 싫어하는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아이가 사라졌음을 말하는 글은 어디에도 없지만, 허둥대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무언가를 찾아 다니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 그림책을 발표해온 이수지씨가 한국에서 내는 첫 그림책이다. 지난해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크게 주목받은 책이기도하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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