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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외교·안보분야 첫 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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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美대선/외교·안보분야 첫 TV토론

입력
2004.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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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대화 거부가 北핵무기 4∼7개 초래"*부시 "6자회담 와해는 김정일 희망"

미 대선을 한 달 앞두고 1일 열린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외교 및 안보분야 정책을 놓고 불꽃 튀는 설전을 벌였다. 북한 핵 문제의 해법을 비롯 이라크 정책, 대 테러전의 평가에 이르기까지 두 후보는 결코 합쳐지지 않을 것 같은 갈림길을 걸었다.

◆북한 핵 문제=부시와 케리는 북한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대화의 방식에서 가장 극명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부시가 6자회담의 효용성을 적극 옹호한 반면 케리는 양자회담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다.

사회자인 미 공영TV 방송 PBS 앵커 짐 레러로부터 "외교와 제재로 북한과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부시는 전임 빌 클린턴 정부의 미북 양자 대화를 비판하는 것으로 답변을 이었다.

그는 "북한 사람들이 그 협정(북미제네바합의)을 지키기 않아 우리는 미국 외에 다른 나라들이 참여하는 보다 나은 접근법을 선택했다"며 "김정일이 다시 협정을 위반한다면 이젠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 대해서도 거스르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부시는 이어 "김정일은 6자회담 내의 5개국 연합을 와해하려고 한다"며 "양자회담을 하는 순간 6자회담은 와해되고 그것이 바로 김정일이 원하는 것"이라고 양자회담 유해론을 폈다. 그는 또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지렛대 역할이 긴요한데 6자회담이 와해되면 중국의 역할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1분30초의 반론 기회를 얻은 케리는 클린턴 정부 때는 북한 핵 시설에 사찰관을 파견하고 감시 카메라를 설치함으로써 적어도 북한의 플루토늄 폐연료봉의 소재와 핵 전력의 한계는 알 수 있었다고 반격했다. 이어 그는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박대를 거론하며 "부시 정부가 출범 2년 동안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함으로써 오늘 북한의 손에 4∼7개의 핵무기를 쥐어주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케리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6자회담과 양자회담의 병행"을 제시했다. 그러나 "휴전협정과 경제, 인권, 전방배치 포 제거, 비무장지대, 핵 문제 등 모든 사안을 양자회담에서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해 양자회담을 보다 우선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라크전·테러와의 전쟁=케리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 개전 당시는 물론 현재도 큰 실수를 거듭하고 있다"고 몰아붙이자 부시는 "말 바꾸는 케리 의원은 위기상황에 미국을 이끌 능력이 없다"는 '자질론'으로 맞받아 쳤다.

케리는 "충분한 동맹국 확보나 전후 평화유지 계획도 없이 부시 대통령이 전쟁에 뛰어들었다"며 "이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오사마 빈 라덴과 벌여야 했던 진짜 전쟁에서 일탈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부시는 "이라크는 테러와의 전쟁의 중심 부분"이라며 "사찰 운운은 9·11 이전에나 할 소리며 미국은 행동을 취해야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이 없어 세상은 더 안전해 졌다"는 예의 주장을 반복했다.

부시는 "케리 의원은 '잘못된 전쟁,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라고 말하면서 어떻게 미국을 이라크 성공으로 이끌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야유하며 "그런 건 최고사령관이 할 말이 아니며 승리의 길은 (대통령의) 결연하고 단호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케리가 이라크전 개전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오락가락'한 사실을 거론하며 자질론 공격을 계속했다.

케리는 "이라크전에 대해 말 실수를 했다"고 인정한 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침략에서 잘못을 저지르고 잘못된 길로 갔는데 뭐가 더 나쁘냐"고 역공을 폈다. 그는 "테러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지만 판단 실수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라며 "강한 것도 중요하지만 현명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 일방주의 공방=부시와 케리의 시각차가 극명하게 드러난 또 하나의 쟁점은 국제사회의 합의와 동의를 무시하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기조.

케리는 "미국이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하는 대통령이 필요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해 내지 못했다"며 신뢰의 위기를 우려했다. 그는 "이라크는 갈수록 상황이 악화하고 병력이 부족한 만큼 신뢰성 있는 대통령이 동맹들을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며 '동맹 정상회의' 개최를 약속했다. 또 "지구 온난화 방지 기후협약에 가입하지 않거나, 유엔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는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시는 미국의 국익이 최고의 가치라고 맞섰다. 그는 전쟁범죄와 반인도주의 범죄를 재판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미가입과 관련, "나는 책임을 지지 않는 법정이 미국 군인과 외교관을 재판하려고 체포하는 데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게 바로 케리 의원과의 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인기 있는 일이라도 미국의 최고 이익에 맞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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