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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27> 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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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27> 늙음

입력
2004.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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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0월2일은 노인의 날이다. 김영삼 정권 마지막 해인 1997년부터 기념하기 시작한 노인의 날엔 경로효친 문화와 노인복지를 북돋우기 위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이미 지난 2000년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7%를 넘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에 들어선 한국에서 노인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민첩한 자본가들은 노년층을 대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조·판매하거나 제공하는 이른바 실버산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지 오래다.계급이나 인종이나 성(性)과 달리, 육체 연령은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놓고 보면 개인들에게 평등하게 주어진다. 다시 말해 인간은 가령현상(加齡現像) 앞에서 평등하다. 그렇다고 젊음이라는 자본의 유무에 모두가 대범한 것은 아니다. 젊음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힘세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다른 모든 존재와 마찬가지로 사람도 시간 속에 갇혀 있으므로, 한 번 지나간 젊음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나이든 세대가 젊은 세대를 질투하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삶의 황혼을 특히 서럽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 흔히 배제나 소외와 함께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육체적·정신적 노쇠는 공동체 안에서의 지위와 역할의 상실을 동반한다. 더구나 늙음은 질병이나 고독과 붙어있기 십상이다. 핵가족화의 빠른 진행은 노인들을 더욱더 외롭게 만들 것이다.

노인복지의 확대는 나이든 세대가 겪게 마련인 일상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을 터이고, 실버산업의 활성화가 부추길 노년사회학·노년심리학 등 노년학의 발달도 나이 듦의 설움을 얼마간 눅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년을 버텨내는 궁극적 힘은 무상한 생멸의 이법을 담담하게 응시하고 내면화하는 정신의 깊이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행복하게 늙는 법을 배우는 것은 그래서 요절이라는 '무섭고 슬픈 복'을 누리지 못한 모든 개인들의 숙제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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