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 만델라/파블로 피카소/찰리 채플린/넬슨 만델라 등 말, 윌리엄 윌슨 등 그림, 이경혜 옮김./계림북스쿨 발행, 각권 8,500원위인전의 일반적 형식은 대개 주인공의 생애와 업적을 쭉 서술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긴 설명보다 한 장의 사진이나 한 마디 말이 한 인물의 삶과 생각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낼 수도 있는 법. 프랑스 망고 출판사의 ‘이야기 앨범’ 시리즈는 사진과 어록으로 엮은 독특한 위인전이다.
앨범으로 보는 20세기 위인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한권 한권이예술작품 같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펼쳐지는 장면들은 주인공이 남긴 말과 그의 생애를 보여주는 사진들을 독창적인 일러스트와 함께 배치하고 있는데, 하나하나가 사진과 그림의 몽타주 기법으로 완성한 독립된 회화작품처럼 보인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이러한 편집은 텍스트 위주의 기존 책에서는 보기드문 색다른 방식이자, 각 권을 마치도록을 보듯 감상하게 만든다.
이 시리즈의 ‘넬슨 만델라’(그림 윌리엄 윌슨), ‘찰리 채플린’(그림 프랑수아 마르텡), ‘파블로 피카소’ (그림 에드몽 보두엥) 편이 계림북스쿨에서 번역 출간됐다. 각 권은 “나는…” 하고 주인공이 직접 말하는것으로 시작한다.
사진은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주요 사건을 보여준다. 엄선된 어록은 모두마음 깊이 새겨둘 만한 것들이다. 그리고 각 권의 그림은 본문을 보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만델라는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뛰놀며 자란 어린시절 이야기로 말을 꺼낸다. 평생 인종차별에 맞서 싸운 끝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어 흑인과 백인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열기까지의 감동적인 드라마가 아프리카 분위기가 물씬한 강렬한 원색의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악명 높던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정책)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장면에서 화가는 한 팔을 치켜든 채 외치는 사람들로 글과 사진의 여백을 채움으로써 소리 없는 아우성을 전달하고 있다.
‘채플린’ 편에는 채플린이 만든 영화의 스틸사진이 많다. 사진마다 그에알맞은 어록이 붙어 있다. 이를테면 “나는 구속이 싫습니다. 사람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라는 말에는 톱니바퀴에 낀 채 돌아가는 불쌍한 노동자채플린(영화 ‘모던 타임스’)이 등장,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나는 평화를 지지합니다.” 라는 말과 짝을 이룬 그림도 인상적이다. 채플린의 지팡이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이 무기로 이뤄진 한 인물의 발을걸어 넘어뜨리고 있는 이 포토 몽타주는 채플린의 반전(反戰) 메시지에 동참하는 화가의 강력한 웅변이다.
‘피카소’ 편의 그림은 좀 더 자유롭다. 화가는 거친 캔버스와 올올이 스며드는 유화물감의 질감이 살리면서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활달한 붓놀림으로 피카소의 삶과 예술에 접근하고 있다.
이 위인전은 어린이 혼자읽기에는 어렵다. 역사적 사건이나 주인공이 남긴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을 생략한 채, 바로 핵심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많기때문에 배경지식이 없으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잘 모르는 내용이나 장면이 나오면 공부하면서 읽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불친절하다고 투덜댈 것까지는 없다. ‘지나치게 친절한’ 책들은 종종 독자를 바보로 만들지 않던가.
/오미환기자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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