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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 성공한 조직엔 조용한 리더가 있다

입력
2004.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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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리더 / 조셉 바다라코 주니어 지음 / 고희정 옮김 / 세종서적 발행ㆍ1만3,000원1982년 누군가 존슨앤존슨사의 유명한 진통제 타이레놀 캡슐에 청산가리를 넣어 7명이 숨지는 사건이 났다. 회사의 재정은 물론이고, 이미지가 크게 손상될 위기 상황에서 당시 제임스 버크 회장은 신속하고도 대담한 결정을 내린다.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감수하고 시장에 배포된 모든 타이레놀을 즉시 수거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 단계로 타이레놀에 3중 포장방식을 도입해 생산과정에서 독극물이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했고, 이후 경쟁사들도 모두 그 방식을 따라 하게 만들었다.

버크 회장의 태도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신뢰감을 주었고 그만한 보상이 따랐다. 누가 봐도 버크 회장은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훌륭한 리더십의 모델에 틀림없다.

조용한 리더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이해도 따져 가며, 조용히 문제의 해법을 추구한다. /세종서적 제공

하지만 존슨앤존슨사 같은 거대 기업에서 책임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사례가 이 하나뿐일까? 수천 명의 책임자, 관리자, 일반 직원들은 타이레놀과 일회용 반창고 제품을 비롯한 모든 생산품을 리더가 시키는 대로 찍어내기만 했을까?

리더십은 보통 강력한 지도력, 신속하고 저돌적인 결정 등을 포함하는 지도자의 비범한 재능을 전제로 한다. ‘능력자’들의 ‘특별한 이야기’이다. 물론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처럼 지도자가 부하를 섬기며 조직을 이끄는 경우도 있다.

회장이 직원용 화장실을 청소하거나, 특별한 날 직원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 등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리더십에서조차 자신을 낮추는 성인이나 영웅의 잔상이 어른거린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조셉 바다라코 주니어 교수가 쓴 ‘조용한 리더’(원제 leading quietly)는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다. 세상은 알렉산더나 칭기즈칸, 처칠이나 루스벨트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잭 웰치나 칼리 피오리나 같은 걸출한 경영자만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물론 실패했을 경우 닥칠 치명적인 위험을 감수한 결단은 칭송할만하고, 그만한 보상도 따른다. 하지만 조직의 관리자, 특히 중간관리자에게 닥치는 ‘실제적이고 도덕적인 도전의 대다수는 평범하고 매력적이지도 않고 미묘’하다. 그리고 조직에서는 그런 작은 위기 상황이 압도적으로 많은 법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언제나 소소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을 리더십의 훨씬 중요한 부분으로 본다. 그래서 4년 동안 사례를 수집하며 실제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이런 종류의 드러나지 않는 리더십을 연구했다.

자신과 경쟁관계에 있으며 여직원 성희롱 혐의를 받던 힘있는 간부를 조용히 사표 쓰게 만든 지방 신임 병원장 레베카 올슨, 약품 판매고를 올리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효능을 선전하도록 강요 받고 그것을 시정하기 위해 자신이 모범을 보인 제약회사 영업사원 엘리엇 코테즈, 부실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그 엉터리 감사가 결국 전체 조직을 망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장군에게 보고한 공수부대 대위 질 매슈스…

책에서 제시되는 여러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물론 굳은 신념과 저돌적인 행동으로 영웅의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상황에 무작정 끌려가는 무사안일이나, 위법이나 잘못된 조직의 규정에 눈감는 행태를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조직을 위하고, 자신의 이해를 보호 받는 양수겸장의 해법을 추구했다.

영웅의 모습이 너무 화려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소시민적인 방법’이라고 폄하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매일의 상황은 보기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회전목마의 속도를 늦추고 인내와 주의를 기울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며 조용하게 해결방법을 추구해 가는 것은 ‘옳은 일을 행하는 방법과 시기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법을 제공하다’고 믿는다.

조셉 바라다코 주니어 교수는 덧붙여 영웅이 아니지만 슬기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에게서 3가지 덕목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못마땅하거나 부당한 상황, 부정을 보았을 때 누구나 그 자리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만 그것을 참는 ‘자제력’,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과 성공 가능성을 부풀리지 않는 ‘겸손’, 언제나 적은 힘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고집’이다.

리더십의 상식을 뒤집는 저자의 조언은 조직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인 기업의 부장, 실장, 국장 등 중간관리자만이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이 한 번쯤 귀 기울여 들어야 할 소리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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