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신축비용과 평형 배분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채 진행돼온‘밀어붙이기식’ 재건축에 제동이 걸렸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김상균 부장판사)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영동차관아파트 22평형 주민 126명이 “다수 조합원인 15평형 거주자가 신축아파트에서 33평형을 배정받는 데 비해 22평형 거주자가 43평형을 배정받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결의 등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평형배분을 둘러싼 조합원간 갈등으로 재건축이 지지부진한 강남권의 다른 아파트의 재건축 추진은 물론 재건축시장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형평성 잃은 결의는 무효’
지난해 3월 사업승인을 받아 올 10월중 분양 예정이던 영동차관아파트는 1,654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재건축단지로 현재 조합원 이주가 완료되고 철거작업도 대부분 끝난 상태.
그러나 22평형 조합원들은 “사업승인에 따른 설계로 아파트를 신축할 경우 15평형 조합원들이 기존 평형의 2배가 넘는 평형을 분양받는 데 반해 22평형 조합원들은 2배에 못 미치는 평형을 분양받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조합측에 설계변경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조합측이 “평형비율이 맞지 않으면 추후 관리처분계획 수립과정에서 설계변경을 요구하면 되지 재건축 결의를 무효화할 사안은 아니다”고 맞서면서 소송에까지 이르게 된 것.
그러나 법원은 “평형배분에서 소수 조합원들에게 불리하게 설계되는 등 형평을 잃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원고측의 손을 들어줬다.
다수 조합원들의 의사만 반영, 형평에 맞지 않게 이뤄진 재건축결의는 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됐더라도 무효라는 것이다.
법원은 “건물 철거비용분담 원칙과 신건물 구분소유권귀속(평형배분) 등의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재건축결의는 무효”라며 “이 같은 사항은 조합원들이 재건축 참가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므로 재건축을결의할 때는 나중에 재건축 실행단계에서 다시 합의하지 않아도 될 만큼 구체적으로 형평에 맞게 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남 재건축사업 차질
이번 판결로 신축아파트의 분양가가 어떻게 책정되고 조합원이 어떤 평수를 신청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일단 하고 보자’는 식으로 재건축결의를 한 후 관리처분총회에서 이를 변경해오던 재건축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아파트 평당가격이 높아 평형배분을 둘러싸고 조합원 갈등이 빈번한 강남권에서는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재건축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치동 도곡주공2차는 관리처분총회 전에 이뤄진 재건축결의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지난 1월 관리처분을 통과시킨 지 8개월이 넘도록아직까지 일반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조합측은 1심과 2심에서도 재건축 무효 판정을 받은 데 이어 3심에서도 무효 판결이 내려질 경우 자칫 내년 3월 실시되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를적용받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당초 올 상반기 일반분양할 예정이던 역삼동 신도곡 아파트도 평당 공사비등에 대한 조합원들의 반발로 관리처분총회가 수 차례 무산된 데 이어 최근 기존 조합장 및 임원이 해임되고 시공사와의 본 계약건이 무산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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