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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경부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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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경부의 침묵

입력
2004.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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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후 두 달 가까이 정부와 민간 경제연구소 사이에 '성장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주요 민간연구소는 고유가와 내수부진으로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정부 목표인 5%를 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4%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민간 연구소가 정부의 정책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비관적 전망을 쏟아내 문제"라며 "올해 성장률이 5%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에도 5%를 넘어설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그런데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리한 논쟁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IMF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0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4.6%에 불과할 것이며, 내년에는 더욱 떨어져 4.0%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 전망이 반드시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국제적 공신력 있는 IMF가 민간 연구소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그래서 체면을 손상한 때문일까. 재경부는 오랜 관행을 깨고 보고서 발표시점을 사전에 국내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IMF는 매년 4월과 9월에 세계경제전망보고서를 발표하는데, 그동안 재경부는 발표 시점과 주요 내용을 미리 국내 언론에 알려왔다. 올 4월만 해도 사전에 통보, 다음날 모든 신문은 IMF가 한국의 성장률을 5.5%로 상향 조정했음을 보도했다.

이런 관행이 갑자기 깨진 이유에 대해 재경부는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가 너무 길어 미처 알리지 못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IMF 전망이 정부에 유리했더라도 재경부가 연휴를 이유로 침묵을 지켰을까. 행여 이번 일이 정부가 안팎의 쓴소리에 점점 귀를 닫는다는 비판과 무관하기를 바란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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