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하루 앞둔 27일 새벽 대전 유천동 집창촌인 속칭 유천동 텍사스. 선불금 5,000만원에 발이 묶여 성매매를 강요당하던 김모(24ㆍ여)씨의 구조 요청을 받고 충남경찰청 여경 기동수사대가 H유흥주점을 급습했다.경찰은 현장에서 성매수 남성 7명과 업주 등 모두 11명을 검거하는 한편 인근 편의점의 비밀 장소에 보관돼 있던 단골 고객 장부와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압수했다. 이렇게 확보된 성매수 남성 용의자가 무려 437명. 경찰은 즉각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 파악에 나섰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9월23일) 이후 경찰이 집창촌 등에서 고객 장부를 압수, 추적에 나서면서 '제발 저린 남성'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과거의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처벌을 다짐하고 있어 성매수 단골 남성들이 속을 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H유흥주점의 고객 장부에 대한 강한 수사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장부에 휴대전화번호가 기록된 단골 고객 108명에 대해서는 신상을 파악한 뒤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업주는 장부에 '가슴 좋아하는 노인', '○○○ 닮은 애' 등 고객의 행태 및 신체특징과 혼인 여부까지 세밀히 기록, 치밀하게 고객을 관리해왔으나 결국 이 장부에 많은 남성들이 덜미를 잡힐 처지가 됐다.
경찰은 신용카드 전표 329장도 확보, 카드회사를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성매수 혐의가 입증되면 형사처벌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잡히지 않더라도 피해여성 진술 등을 통해 과거 성매수 혐의까지 입증할 수 있다"며 "이번 장부 압수 사례를 성매매 범죄 수사의 교본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특별법 시행 이전에 성매매를 한 남성은 윤락행위방지법으로, 이후는 특별법을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어느 경우든 성매수 혐의로 기소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찰은 또 택시기사들이 손님을 업소에 데려다 주고 1인당 2만원의 알선료를 받은 사실을 확인, 이들의 신원을 밝혀내 성매매 알선 혐의로 처벌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청은 특별법 시행 이후 1주일 동안 성매매 사범 46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유형별로는 성매수 남성이 169명(36%)으로 가장 많았고 업주가 130명(28%)으로 뒤를 이었다.
남성 169명 중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10명은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나머지는 성매매 특별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특별법 시행과 함께 종전에는 훈방 등 관대한 처분을 받았던 성매수 남성들이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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