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점차 전국을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바야흐로단풍철에 접어든거죠. 계절의 변화에 둔감했다면 느끼지 못했겠지만 나무들은 꾸준히 옷을 갈아입습니다.겨우내 앙상했던 가지에서 움이 트는가 싶더니 금세 꽂을 피웁니다. 꽃이지면 잎이 나고, 여름이 다가 오니 산천은 온통 신록으로 푸른 빛을 토해냅니다. 그 푸른 빛은 가을이 깊어가면서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갈아입습니다.
문득 단풍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 궁금해집니다.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월동준비에 들어갑니다.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지면 나무들은 본능적으로 겨울을 감지하게 되고 이때 잎에는 떨켜층이 생성됩니다. 나뭇잎을 몸에서 떼어내기 위한 첫번째 작업인 셈이죠.
떨켜층이 생기면 잎은 뿌리에서 공급되는 수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태양은 남아 있으니 광합성은 계속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양분이 생기지만 역시 줄기나 뿌리로 공급이 되지않고 잎속에 축적돼 엽록소를파괴합니다. 단풍의 색깔은 이 쯤에서 생겨납니다. 엽록소에 가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붉은 색의 안토시아닌과 노란 색의 카로틴, 크산토필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거죠.
단풍색이 얼마나 고와지는지는 비와 일교차에 달려있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수분공급이 충분치 못해 잎이 건조해지고 먼지가 끼어 고운 색이 나오지 못합니다.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색이 선명해집니다. 너무 일찍 추위가 찾아오면 제 색깔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럼 올해 단풍은 어떨까요. 우선 비가 적당히 온데다 맑은 날이 많았습니다. 여기에 9월들어 일교차가 크게 났습니다. 단풍이 고울 필요충분조건을제대로 갖춘 셈입니다.
봄꽃은 하루에 22㎞의 속도로 북상한다고 합니다. 단풍의 속도는 이보다 약간 빠릅니다. 하루에 25㎞의 속도로 남하합니다. 한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두륜산까지 천천히 걸어가면 11월초까지는 늘 단풍을 즐길 수 있다는거죠. 이제 1년중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힘든 세상살이를 탓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모르겠다구요? 굳이 멀리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가까운 곳에도 단풍명소가 많으니까요. 그 곳이 어딘지 궁금하다구요? 그럼 따라오세요. 단풍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한창만기자cmhan@hk.co.kr
■지역별 단풍 명소
▲ 수도권-소요산, '경기의 소금강' 명성 실감
수도권 단풍명소 0순위는 단연 소요산(경기 동두천시)이다. 동두천시 중심에서 동북쪽으로 5㎞ 가량 떨어졌다. 형형색색의 단풍과 어우러지는 기암괴석은 경기의 소금강이라는 명성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실감케 한다.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 이어지는 1㎞ 구간부터 만산홍엽을 이룬다. 주차장-일주문-백운대-나한대-의상대코스는 기암절벽과 단풍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데다 산세가 험하지 않아 가족단위 산행에 적합하다.
수도권 주민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북한산이다. 정상인 백운대에서 만경대를 지나 21야영장까지가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구간. 우이동-백운대매표소-인수매표소-백운대, 우이동-소귀천매표소-대동문-백운대-백운대매표소구간이 인기 산행코스이다. 오봉매표소-여성봉-오봉삼거리-송추삼단폭포-송추분소 구간도 추천할 만하다.
명지산(가평군)은 곳곳에 너럭바위와 소가 적절하게 배치돼있어 작은 천불동계곡으로 불린다. 특히 익근리계곡-승천사-명지폭포구간은 활엽수가 풍부해 다양한 색깔의 단풍을 접할 수 있다.
운악산(가평군)은 붉은 단풍 대신 노란색과 갈색단풍으로 이름나있는 곳.대원사 주차장에서 현등사로 가는 산행코스의 단풍이 아름답다.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의 하나로 꼽히지만 코스가 험난해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용문산(양평군)은 1,0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 때 절정에 달한다.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단풍과 계곡물과의 조화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이다. 명성산(포천군)은 산정호수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자인사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이 특히 추천할 만하다. 단풍이 질 때 쯤 만날 수 있는 억새물결도 장관이다.
▲ 강원권-설악·오대산 다음주엔 절정
단풍의 시작을 알리는 설악산(인제군, 속초시, 양양군)엔 이미 붉은 기운이 가득하다 대청, 중청, 소청 등 정상 부근은 조만간 단풍으로 불꽃을 지핀다.
한계령, 미등령, 대승령, 공룡능선을 거쳐 서북주능과 미시령을 달구는 내주 주말이 단풍절정기. 이달 중순에는 천불동, 수렴동, 12선녀탕까지 단풍이 내려온 뒤 비선대, 백담폭포, 주전골, 용소폭포 등에서 마무리한다.
이중 천불동계곡, 오색약수터, 주전골, 백담계곡 등은 쉽게 단풍을 접할 수 있는 명소. 산행에 들면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등 설악 최고의 단풍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대산(평창군, 강릉시)도 설악산 못지 않은 단풍명소로 꼽힌다. 설악이 남성적인 웅장함을 지녔다면, 오대산은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여성에 비유된다. 깊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오히려 등반객을 들뜨게 하는 무언가가있다.
특히 월정사에서 진고개, 노인봉을 오른 뒤 소금강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오묘한 단풍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상원사-비로봉-상왕봉-북대사를 거쳐 상원사로 내려오는 등산코스는 단풍과 함께 가을 야생화를 덤으로 구경할 수 있다.
치악산(원주시)은 가을을 찌르는 침엽수와 어우러지는 단풍이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구룡사 계곡, 태종대, 향로봉 및 비로봉 구간의 단풍이 좋다. 두타산 무릉계곡(동해시)은 숨겨진 단풍명소. 삼화사-두타산성터-수도골-쌍폭-용추폭포-하늘문을 지나 삼화사로 하산하는 구간의 단풍이 압권이다.
▲ 충청권-속리산, 등산로 내내 붉은 축제
속리산(충북 보은군)은 은은한 단풍이 일품이다. 매표소 입구에 조성된 은행나무가 단풍의 분위기를 띄운 뒤 세심정-문장대-신선대-경업대를 잇는 등산로에서 단풍의 절정을 맛본다.
월악산(충북 제천시)은 산정상인 영봉주위에 핀 돌단풍과 능선 아래 충주호가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하봉을 거쳐 중봉-영봉으로 이어지는 산행구간이 추천코스. 2시간30분 가량으로 짧지도, 지루하지도 않아 인기있다. 중봉을 지나면서 호수와 단풍절경이 나타난다. 주변에 송계계곡, 용하구곡 등 볼거리도 많다.
월악산과 소백산 중간쯤에 위치한 도락산(충북 단양군)은 북으로 사인암,서로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단양8경을 품은 명산이다. 산을 오르는길에는 단풍과 만나고, 뒤돌아보면 계곡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어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다. 상선암-작은선바위-검봉-신선봉-정상으로 오르는 코스가 추천할 만하다.
단양에서 충주호방향으로 8㎞가량 지점에 위치한 제비봉(충북 단양군)은 또 다른 단양8경인 구담봉, 옥순봉을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명소이다. 설마동계곡 일대의 단풍경치가 빼어나다. 장회리를 출발, 정상에 오른 뒤다시 장회리로 내려오는 코스도 일품이다. 인근에 온달산성과 고수동굴이있어 연계관광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포암산(충북 충주시)은 바위절벽에 붙은 단풍이 아름답다. 월악산과 가깝다. 월악산 팔각정에서 시작, 만수골-포암산-하늘재-미륵불로 연결되는 코스는 단풍놀이와 역사공부를 함께 할 수 있다.
계룡산(충남 공주시)은 갑사계곡일대가 대표적인 단풍명소.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단풍이 곱다. 갑사-용문폭포-금잔디고개-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이름나있다. 동학사에서 관음봉, 자연석릉, 남매탑을 도는 일주구간도 추천코스.
▲ 영남권-주왕상, 기암과 단풍의 수채화
주왕산(경북 청송군)은 죽순처럼 솟아오른 기봉(奇峯)과 단풍과의 조화가유명한 곳. 대전사-제1,2,3폭포로 이어지는 4㎞ 구간의 주방천계곡이 아름답다. 제1폭포내에 위치한 학소대는 기암괴석과 붉은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로 알려진 주산지도 최근 각광받는 코스. 청량산(경북 봉화군)도 기암괴석과 단풍의 조화가 뛰어난 곳이다. 의상봉과 축육봉사이가 최고의 단풍명소. 청량사-자소봉-김생굴-금탑봉-웅진전-입석으로 이어지는 3㎞ 가량의 등산코스는 암벽사이사이에 스며든 단풍으로 특히 아름답다.
내연산(경북 포항시)은 계곡속에서는 폭포와 단풍을 만끽하고, 산정상에서는 동해바다의 푸르름과 단풍의 붉은 빛을 감상할 수 있다. 소백산(경북 영주시, 충북 단양군)은 기암괴석과 단풍잎에 비끼는 가을햇살을 받아 추일서정을 느끼게 한다. 남천계곡과 정상인 비로봉일대가 단풍으로 이름나있다.
가야산 홍류동계곡(경남 합천군)은 이름에서부터 단풍의 절경이 느껴진다. 가을단풍이 계곡(流)에 비쳐 붉은(洪) 물이 들었다는 데서 유래했으니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사시사철 푸른 노송과 단풍나무가 빚어내는 묘한 색채대비가 압권이다. 계곡뒤로 팔만대장경판을 소장하고 있는 해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경북 상주군 수륜면 백운동마을의 용기공과 심원골도 가야산내 숨겨진 단풍명소이다.
가야산 남쪽에 솟아있는 매화산(경남 합천군)은 가야산의 명성에 가려 유명세는 덜 하지만 남산제일봉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빼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청량사-석등-매화산으로 오르는 코스에서 단풍절경을 맛볼 수 있다.
▲ 호남권-내장산, 끝없는 단풍터널 아찔
내장산(전북 정읍시)은 자고로 단풍관광의 일번지로 알려져왔다.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단풍터널이 물들면 현란하다 못해 아찔하기까지 하다.
서래봉 중봉과 불출암터 계곡을 중심으로 이루는 단풍물결이 장관이다. 내장산과 인접한 백암산은 타 지역보다 크기가 작은 당단풍이 일품. 백양산-약수동계곡-상왕봉을 지나 학바위로 내려오는 코스는 하늘을 보기 힘들 정도로 드리운 단풍이 압권이다.
지리산(전남 구례군, 전북 남원군, 경남 산청군, 함양군) 피아골과 뱀사골단풍은 붉다 못해 핏빛이다. 전북 남원시에서 정령치-성삼재-실상사에 이르는 지리산 종단도로는 차량으로 힘들이지 않고 단풍절경을 즐길 수 있다.
노고단-임걸령-삼홍소-연주담-피아골-연곡사로 연결되는 피아골코스와 반선리 집단시설지구에서 탁용소-병풍소를 거쳐 삼도봉까지 이어지는 뱀사골코스는 이달 중순부터 11월초까지 진홍의 물결로 뒤덮인다.
덕유산자락 적상산(전북 무주군)은 가을 단풍으로 마치 산이 붉은(赤) 치마(裳)를 두른 듯하다고 해서 이름붙었다. 적상호, 적상산성, 안국사 등 볼거리도 많다. ‘춘변산 추내장’이라는 말처럼 변산반도(전북 무안군)는봄이 아름답지만 가을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내소사가 그렇다. 전나무숲을 지나 100m 가량 이어지는 단풍터널이 호젓하다.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별명이 붙은 대둔산(전북 완주군, 충남 금산군, 논산시)도 가을 단풍명소로 손색이 없다. 배티재에서 장군약수터-태고사-낙조대-마천대로 오르는 길에는 바위틈새마다 단풍나무가 솟아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동백이 유명한 선운사(전북 고창군)지만 단풍또한 동백못지 않게 아름답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단풍과 계곡, 기암 절벽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강천산(전북 순창군, 전남 담양군)은 아기단풍으로 유명하며, 추월산(전북순창군, 전남 담양군)은 산정상에서 보는 형형색색의 단풍이 아름답다. 두륜산(전남 해남군)은 한반도에서 가장 늦게 단풍이 시작된다. 대둔사-일지암-구름다리을 거쳐 두륜산정상에 선 뒤 대둔사로 하산하는 구간의 단풍이 이름나있다.
/한창만기자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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