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1895년)이 일어난 해에 태어난 109세 할머니가 국내 최고령자로 처음 확인됐다. 서울대 의학연구원 체력과학노화연구소(소장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30일 "1999년부터 올 9월 중순까지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노인 1,296명을 대상으로 실제 나이를 조사한 결과,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사는 최애기 할머니가 최고령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주민등록상 나이가 아니라 현지 실사를 바탕으로 실제 나이를 최초로 알아낸 것이다.그 다음 고령자는 최 할머니보다 출생일이 9개월 가량 늦은 엄옥군(109·대전 중구 산성동) 할머니였다. 주민등록상 출생일은 엄 할머니가 5개월 정도 앞섰지만 실제 출생일에서 엄 할머니(1895년 11월 19일)가 최 할머니(1895년 2월 18일)에게 뒤졌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의 잔 칼망 할머니로 1997년 8월3일 사망할 당시 122세였다. 현재 기네스북에 기록된 세계 최고령 생존자는 네덜란드의 반 안델 쉬퍼 할머니로 114세다.
남자 최고령자는 105세인 이영수(1899년 2월19일·전남 나주시 성북동) 할아버지였으며 이보다 8개월 생일이 늦은 정용수(1899년 10월16일·인천 남동구 구월4동) 할아버지가 그 뒤를 이었다.
◆장수인의 생활습관은=한국전쟁 때 사별한 남편과의 사이에 3남1녀를 둔 최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가운데 현재 아들 홍독우(87)씨와 손자 홍성우(50)씨, 증손자 홍옥석씨 등 4대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최 할머니는 출가한 증손녀가 딸을 낳아 현손(玄孫)까지 봤다. 최 할머니는 그동안 고기를 즐기면서도 적게 먹으며 부지런하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장남 홍씨는 "어머니가 전남 나주에서 젊은 시절 농사를 짓고 정미소를 운영했는데 부지런해 잠들기 전까지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며 "주로 채식을 하고, 육류로는 삼계탕을 즐긴다"고 소개했다.
◆어떻게 조사했나=연구소는 1차적으로 행정자료를 통해 주민등록상 100세 이상 1,653명을 파악한 뒤 시·군·구의 협조를 얻어 실제 나이가 100세를 넘는 1,296명을 확인했으며 최종적으로 조사팀이 남자 105세 이상 5명, 여자 108세 이상 8명을 선정해 현장실사로 최고령자를 확정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30일 인천 강화군의 114세된 함모 할머니를 최고령자로 발표했으나 확인 결과 8월26일 사망한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샀다.
◆의미=박상철 교수는 "장수인들은 근면하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에 조사한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가족력을 살펴본 결과 형제나 자녀 중 80세 이상인 사람들이 30∼40%"라며 "외국에서도 그 정도의 수치가 나타나는 만큼 '장수 유전자'가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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